17년만 등록금 인상, 학생들은 향후 사용처 예의주시 중
예산팀, 오랜 동결로 인상 불가피 시설 개선 등에 활용할 예정
1월17일 진행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3차 회의에서 학부생 등록금 3.1% 인상이 결정됐다.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허윤진(커미·23)씨는 “등록금 인상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화가 났다”며 “우리대학은 원래 등록금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학교인데 납부한 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등록금, 어디로
이번 등록금 인상으로 등록금 수입은 약 3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 본부는 등록금 증가액을 장학금과 시설 보수 등에 쓰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학교는 한국장학재단에서 국가장학금 II 유형을 지원받았다. 국가장학금 II 유형은 대학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도모하고자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하지만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더 이상 국가장학금 II 유형을 지원받지 못한다. 교육부가 제시한 국가장학금 II 유형 참여 조건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고, 교내장학금 규모를 전년 대비 90% 이상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기획처 예산팀은 “등록금 인상으로 인해 국가장학금에 공백이 생기는 만큼 가계 곤란 장학금을 우선으로 지원해 장학금을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예산팀은 “학생 요구 반영 및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장기 비용 절감까지 고려해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대상 건물은 협의체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등록금 증가액이 학생을 위해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허씨는 “전공별 지원을 확대했으면 좋겠다”며 “(소속된)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의 경우, 편집실 장비 등을 더 지원해 주거나 과 학생회 지원을 확대해 학생 복지에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57대 총학생회 스텝업(총학) 역시 “많은 학생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분야에 금액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각 단대 학생회를 만났을 때 난방 등 학교 시설 개선과 관련된 요구안이 많았는데, 시설이나 기자재에 많이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17년만 등록금 인상, 학교는 “불가피했다”
우리대학 학부생 등록금 인상은 17년 만이다. 마지막 등록금 인상은 2008년으로 인상률은 약 7.8%였다. 2006년, 2007년에는 각 5.8%씩 인상됐다. 예산팀은 “2009년 이후 오랜 기간 지속된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로 대학 재정난이 극도로 심화된 상황”이라며 “등록금 인상은 노후시설 개선, 교육·연구 지원 강화 등 시급한 사안에 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자 많은 국내 대학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후된 교육·연구 환경에 대한 교내 구성원들의 개선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고, 우수 교원을 확보해 교육 및 연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 확보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2월26일 기준, 전국 190개 4년제 대학 중 약 70%에 해당하는 131개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고등교육법과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의거하면, 2025년 등록금 인상 상한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인 5.49%다. 이에 따라 △경희대 5.1% △고려대 5.0% △연세대 약 5% 등 많은 사립대학이 상한에 가까운 인상을 결정했다.
갑작스런 인상에 학생들 ‘당황’
총학은 등록금 인상이 갑작스레 결정됐다고 말한다. 1월7일 진행된 등심위 1차 회의에서 도재형 당시 기획처장은 교원 채용에 필요한 예산조차 부족한 상황을 언급하며 “기획처장으로서 등록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위원들은 등록금 동결을 주장했지만, 학교 측과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자 등록금을 인상하되 인상률을 최대한 낮추는 것으로 방향을 변경했다.
결국 등심위에서 다수결에 따라 찬성 7표와 반대 6표로 등록금 인상이 최종 결정됐다. 학생위원으로 참여한 김수민 경영대학 공동대표, 반지민 총학생회장, 송수진 부총학생회장, 서유리 대학원학생회장, 석지우 조형예술대학 공동대표, 이다연 스크랜튼대학 공동대표 이하 6명은 전원 반대했다. 학교 측 위원인 도재형 당시 기획처장, 백은미 당시 학생처장, 왕혜정 당시 관리처장, 이명휘 당시 교무처장, 이주연 예산팀장, 정덕유 당시 총무처장 이하 6명은 전원 찬성했다. 외부위원으로 참여한 한영회계법인 윤정원씨도 찬성표를 던지며 찬성 7표, 반대 6표로 등록금 3.1% 인상이 확정됐다. 예산팀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처음부터 타대보다 낮은 3.9% 인상안을 제시했으며, 학생위원들의 인상률 인하 의견을 수용해 최종 3.1% 인상안을 의결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총학은 학교 측의 등록금 인상 결정 과정 전반이 무계획적이라고 느꼈다. 총학에 따르면 “타대학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면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작성해 회의를 진행한 것과 달리, 우리대학은 인상분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등심위가 진행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협의 과정 역시 졸속적이었다”며 “등심위 3차 회의 이전 3.9% 인상으로 인상률을 제안했던 것에도 근거가 있었을 텐데 회의 중 학생위원들의 인하 요구에 회의 현장에서 3.1% 인상으로 변경된 것도 의아했다”고 말했다.
총학은 “(이 과정에) 학생들의 호응과 참여가 있었기에 3.1%로 인상률이 하향될 수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학생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많이 내준 학교는 없었을 것”이라며 “피켓팅과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학교도 우리대학 뿐이었고 우리대학 사례를 토대로 삼아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교도 보였다”고 말했다. 중앙운영위원회는 학생들과 함께 본관 안팎에서 회의가 진행되는동안 시위를 진행했고, 온라인을 통해 서명운동을 하기도 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인 적립금 6000억
약 6123억 원의 적립금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사용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에 학생들은 의문을 가졌다. 현재 우리대학 적립금은 약 6123억 원으로, 전국 4년제 대학 중 홍익대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적립금을 소유하고 있다. △연구적립금 약 888억원 △건축적립금 약 1836억원 △장학적립금 약 2347억원 △특정목적적립금 약 1052억원이다. 적립금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 정해진 용도에 한해서 사용할 수 있다. 적립금으로 발생한 이자수입 또한 해당 적립금의 용도에 대해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런 규정으로 인해 우리대학의 많은 적립금도 일부만 활용할 수 있다. 예산팀은 “전체 적립금의 액수만 보면 충분해 보일 수 있으나,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적립금을 다양하게 활용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과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학교법인의 법정부담금 부담률도 타대보다 높은 상황이라 재정 확대를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