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청년 고용 정책, 대학생들의 생각은

상담 및 멘토링으로 취업난 타파? “허황된 전교 회장 공약 같아 괘씸”

2025-03-02     정보현 기자
고용노동부에서 진행 중인 '미래내일 일경험 지원사업' 홍보 포스터. 제공=고용노동부

청년 고용 한파에 올해 고용노동부는 ‘청년과 노동 약자를 위한 따뜻한 노동 현장’에 방점을 찍었다. 고용노동부는 △대학 일자리 플러스 센터 확대 추진 △졸업생 특화 프로그램 신설 △미래내일 일경험 지원 규모 확대 등을 시행한다. 대학생 및 전문가들은 “정말 수용자 중심의 정책이냐”, “허황된 전교회장 공약 같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점에서 괘씸하다”며 비판했다.

 

청년고용 악화일로, 쉬는 청년 과포화

청년 고용 지표는 악화일로다. 2022년부터 청년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은 완만히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1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6.0%로 4개월째 상승 중이며,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답한 ‘쉬었음’ 인구도 9개월째 증가세다. 1월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약 43만 명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약 3만 명이 늘었다. 청년층 인구가 3.0% 감소했음을 고려하면 증가폭은 더 큰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청년과 노동 약자를 위한 따뜻한 노동 현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학번(20, 21학번)의 구직활동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쉬었음’ 청년 등 취업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올해 청년 고용 정책은 대학 졸업 후 취업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찾아가는 대상 맞춤형 지원에 집중한다. 고용노동부는 교육부와 협업해 미취업 청년 5만 명을 발굴할 예정이다. 이렇게 발굴한 청년 중 구직 의사가 없는 ‘니트족’과 ‘고립 청년’은 심리 상담 등을 통해 일상회복을 지원할 방침이다. 구직 의사가 있는 청년은 대학의 모든 취업지원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한 △대학 일자리 플러스 센터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미취업 졸업생은 대학 일자리 플러스 센터에 올해 신설된 △졸업생 특화 프로그램을 통해 상담이나 컨설팅, 취업한 선배의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고용의 질 고민 없이 성과에 급급한 밀어내기식 취업 처방

이들 사업은 공통적으로 취업 상담 및 특강, 현직자 멘토링, 직무박람회 등 미취업 청년에 대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전문가 및 대학생 청년들은 이에 근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정책이라며 꼬집었다. 이유진(커미∙20)씨는 “청년들이 쉬는 이유엔 노동 현장의 질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고수민(불문∙20)씨는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멘토링만 죽어라 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청년들이 쉬는 이유엔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히 존재하고, 취업 촉구보다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선재(국문∙21)씨는 △대학 일자리 플러스 센터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에 대해 “돈을 들여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이선재씨는 “(멘토링과 상담은) 취업 관련 정보가 부족했던 과거엔 도움이 됐겠지만, 지금은 개인 차원에서도 수집할 수 있다”며 “(이러한 지원이) 근본적인 취업난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씨도 “흔히 레드오션이라 하는 분야의 정보는 이미 과잉”이라며 정보만으로 취업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 이어 고씨는 취업을 위한 개인의 노력 및 비용 투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일자리 처우는 똑같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취업난의 구조적 문제를 비켜난 일률적 해법에 “성과에 급급한 밀어내기식 취업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규준 연구원은 “정말 수용자 중심의 정책이냐”며 반문했다. “고용의 질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하는데 ‘쉬었음’ 인구라는 경제 지표만으로 인간을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쉬었음의 이유와 질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현재의 사업은 단순히 미취업 청년을 교육해 당장 취업 시장으로 밀어넣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협동조합 ‘일하는 학교’ 역시 “청년들이 ‘쉬었음’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 실제적 양상은 다양하고 아직 그 누구도 원인을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정책에서 ‘쉬었음’ 청년은 구직단념자와 구직희망자 정도로 나뉘지만 이보다 세세하게 유형을 분류하고 그 비중을 파악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위기, 고립 청년은 원하는 일자리와 현실의 불일치가 문제라기보다는 장기간 누적된 좌절경험, 또래청년과의 격차로 인한 낙오감, 사회활동 실패 경험으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 등이 쉬었음의 주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 백경남 사무관은 “청년의 수요조사를 통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기획∙제공하고 모니터링, 성과 분석을 통해 계속 보완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1:1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청년의 취업역량, 의지, 전공 등을 고려해 청년들에게 필요한 경력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백 사무관은 “올해 초부터 조선대와 백석대 등 대학일자리플러스 센터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탁상공론이 되지 않게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식 루트 아니라고 차별당하면 어떡하죠”...일경험 인턴

경력이 없어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일경험을 제공하는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유진씨는 “계급이 또 생길 것 같다”며 일경험 제도를 통해 인턴이 된다면 발생할 문제를 우려했다. 지금도 지방인재나 계약직을 경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정식 루트’로 진입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허점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대학생 인터뷰이들은 “신입인데 왜 경력이 있어야 하냐”며, 애초에 경력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일하는 학교’는 정책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여기나, 현재의 일경험 관리 체계는 단순하고 섬세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일경험에도 취업연계, 역량개발, 사회경험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고 이에 맞는 역량을 가진 기업도 다르다. 그러나 현재는 몇 개의 관리 단체를 선정해 청년과 기업을 단순하게 매칭하는 식이다. 일경험을 하나의 교육과정처럼 인식하고 실행 과정을 세밀하게 구성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연구원 또한 일 경험 이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단기적으로 지원을 받아 당장 실업 상태를 끝낼 수는 있지만 몇 개월 못 버티고 그만 뒀을 경우 더 큰 마음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 청년취업지원과 김윤지 사무관은 일 경험 인턴에 대한 차별적 처우 관련 우려에 “그러한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라며 “앞으로 잘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의 만족도가 약 88점이었다”며 “작년 우수 사례를 모집했을 때 직무 탐색에 도움이 많이 됐고 자소서에도 포함할 수 있는 경험이 많아 만족했다는 평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긍정적인 현장 반응에 “올해는 1만 명을 늘려 5만 8000명을 목표로 일경험 인턴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