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날 어떤시각] 벅찰만큼 사랑하며 살길

2025-03-02     변하영 사진기자

2월14일 오후4시경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트 모양을 한 구름이 푸르른 하늘 사이 우두커니 자리하고 있었다. 하트 구름을 본 나는 홀린 듯이 카메라를 들고 하트 모양의 구름을 찍었다. ‘사랑’하러 가는 길에 ‘사랑’을 마주한 나는 발걸음이 더욱이 가벼워졌다.

‘사랑은 언젠가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사랑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 해’ 우리는 항상 사랑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사람 사이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대상은 사람이 될 수 있으며, 소중한 물건이 될 수 있고, 취미가 될 수도 있다. 사랑은 많은 곳에 다양한 방법으로 존재한다.

나의 사랑의 대상은 시시각각 변한다. 어느 땐 사람을 사랑하고, 어느 땐 사진을 사랑하며, 어느 땐 이야기를 사랑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예측할 수 없다. 어느 순간 되돌아보면 나의 사랑이 향하는 곳이 바뀌어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는 순간에는 그 대상 없이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그 대상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니 나의 사랑의 대상이 바뀌기 전에,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사랑을 쏟아부어야 한다.

요즘 나의 사랑의 대상은 ‘무대’다. 공연 시작 전 바쁘게 일을 하다가도 공연을 보는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의 사랑 쏟아내는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문은 모든 근심·걱정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보관함 같다. 모든 마음의 짐을 문밖에 둔 채 무대에서 살아 숨 쉬는 배우들을 보고 있으면 사랑이 벅차오르는 이 감정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공연이 끝난 후 공연장 밖을 나오며 잠시 내려놓았던 근심·걱정을 다시 안고 집으로 가는 길의 발걸음은 조금은 가볍다. 나의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지만 넘치는 사랑을 온전히 쏟아붓고 나온 것만으로 나는 살아갈 힘을 얻고, 사랑할 힘을 얻는 것이다.

사랑이란 그런 것 같다. 사랑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내가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우리의 사랑이 삶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줄 순 없지만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다, 그러니 벅찰 만큼 사랑하며 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