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적인 등록금 인상 논의 결정 규탄한다” 등록금 인상안 논의 철회 기자회견 열려
8일 오후3시, 우리대학 정문 앞에서 학부 등록금 인상안에 반대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같은 날 저녁 열린 2차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의 등록금 인상안 논의 결정 철회를 위한 것이다.
7일 1차 등심위에서 학교 측은 기존 등록금 동결안을 인상안으로 재논의하기 위한 회의 개최를 결정했다. 학교는 교육법상 회의 일주일 전 학부 대표들에게 안건을 전달할 의무가 있어 학부 대표 5인은 등록금 동결안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학교 측이 1차 등심위 회의 도중 갑작스럽게 등록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제57대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우리대학의 수입 구조에서 등록금 수입이 절반을 차지하고 등록금은 전국 사립대학 중 두 번째로 높다”며 “이화인의 등록금 부담 체감도 또한 81.9%에 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학 운영을 책임져야 할 법인과 병원, 산학협력단에서 학교로 지원하는 금액은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우리대학의 적립금은 6300억 원 이상으로 전국 대학 최대 규모인데, 재정 부족이라는 이유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이해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학교 본부가 재정 부족을 구실로 학생들 등록금을 탓하고 있다는 것이 중운위의 입장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제57대 총학생회 스텝업 주도하에 열렸다. 약 40명의 학생이 준비된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회 이후 ▲정재린 권리연대국장▲장화린 대외협력국장▲반지민 총학생회장▲석지우 조형예술대학(조예대) 공동대표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정씨는 학생 의견 반영이 어려운 등심위의 구조를 지적했다. “등심위는 선임된 외부 위원과 학교 위원을 포함한 7명만으로 의결이 가능하다”며 “학교는 등심위에 참석한 학부 대표들에게 사전 공지와 자료 공유 없이 등록금 인상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 기부금과 같은 재원을 모아 기금을 먼저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등심위는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장씨는 단과대학별 등록금 책정 기준 공개 요구, 고시 지원반과 로스쿨 준비반 지원과 같은 학생 요구는 무시한 채 등록금 인상안을 논의하는 학교 측의 태도를 꼬집었다. 반 총학생회장은 발언에 앞서 학생들과 다음 구호를 세 번 반복했다. “학생 합의 없이 졸속적으로 등록금 인상안 통보한 학교 본부 규탄한다”, “등록금 인상안 철회하고 원안대로 등록금 동결하라” 이어 반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은 학교의 재정적 무능을 책임지는 주체가 아니다”며 “이미 높은 등록금으로 학교 재정의 절반을 충당하고 적립금 사용과 같은 다른 재정 충당 방안이 존재함에도 학생들의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석씨는 국내 미술대학 중 등록금이 가장 높지만 고질적인 시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점을 비판했다. 석씨는 “우리대학은 6300억 원이 넘는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학교는 자금을 활용하려 하지 않는다”며 “재정 부족을 이유로 대학의 존재 목적과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채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발언 이후, 기자회견에 참여한 학생들은 구호를 외치며 대강당과 ECC 사이를 잇는 휴웃길을 지나 본관 앞까지 행진했다. 기자회견과 본관 행진에 참여한 고도예(뇌인지·24) 씨는 “ 등록금 인상이 어떤 이유로 논의됐는지를 알고 싶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며, “학생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된 등록금이 책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다현(역교·22)씨는 “학교가 갑작스럽게 등록금 인상안을 내놓는 태도에 반발해 기자회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2차 등심위가 진행되는 본관 1층 대회의실 앞에서는 9일 오전5시를 넘어서도록 피켓팅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적립금 6000억원 보유 대학 이화여대 등록금 인상 반대한다”, “학생 요구안 반영된 등록금 책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학교 본부를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