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 "낙담할 것인가, 바꿔낼 것인가" 이화인 1809인 시국선언 기자회견 열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또다시 캠퍼스에 울려퍼졌다. 6일 오후 3시 우리대학 정문 앞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를 규탄하고 탄핵을 촉구하는 이화인 1809인 시국선언 기자회견(공동제안자 심리학과 24학번 구설아, 사회과교육과 24학번 김서윤)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이화여자대학교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단(시국선언단)의 주도 하에 개최됐다. 구설아(심리⋅24)씨, 김서윤(사교⋅24)씨가 이끈 시국선언단의 연서명에는 이화인 1809명의 이름이 담겼다. ‘이화여자대학교 1809인 대학생 시국선언’ 현수막 아래 많은 학생들이 자리했다. 준비된 구호가 담긴 피켓은 모두 동이 났지만, 학생들은 직접 마련한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 중에도 계속해서 현장에 모여들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봉준희(경제⋅20)씨의 구호 선창으로 기자회견의 막이 올랐다. 봉씨는 “거부권, 혐오, 반헌법적 윤석열 정권은 퇴진하라!”, “해방이화의 정신으로, 민주주의 지켜내자!” 구호를 외치며 참가 학생들에게도 구호를 함께 제창할 것을 독려했다. 사회 이후 구씨, 김씨를 포함한 학생 4명과 총학생회장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시국선언단 소속 김씨는 “윤석열은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사건의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전쟁 준비를 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했다”며 “언론을 통제함으로써 국민을 우롱했을 뿐만 아니라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기까지 했다”고 규탄했다. 구씨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비판하며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이어 해방이화 분들과 함께하고자 계엄령이 선포된 바로 다음 날 시국선언을 제안했다”고 시국선언 계기를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청년과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서기 시작한 이상 반드시 민주주의는 지켜질 것”이라며, “다 함께 역사의 새로운 장을 써내려 가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어 시국선언 제안을 보고 발언을 준비한 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소원(지교⋅24)씨는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회과 과목의 교육자가 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발언하며 윤 대통령의 즉각적 탄핵을 촉구했다. 이소원씨는 “오늘 또 한번의 해방을 통해 이화의 가치를 지켜내자”며 해방이화의 역사를 말하기도 했다. 전날 열린 제56대 총학생회 스타트의 기자회견도 언급됐다. 계엄령 선포 당일인 3일 밤 국회 정문 앞으로 나갔던 이진(영문⋅21)씨는 “군인과 경찰들 버스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고 헬리콥터가 계속해서 굉음을 내며 머리 위를 날아갔다”며 현장을 회상했다. 이진씨는 “우리가 침묵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좁고 어두워진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목소리를 낼수록 윤석열 정권의 퇴진일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림 총학생회장의 연대발언도 있었다. 그는 “이화는 언제나 민주주의의 최전선에서 해방의 역사를 만들어왔다”며 “총학생회에서도 이화인들의 곁에서, 때로는 뒤에서 언제나 함께하며 민주주의와 해방의 역사를 지켜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윤석열 퇴진 1500인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우리의 시국선언은 이 곳에 서 있는 모든 ‘나’의 해방이자, ‘이화’의 해방이자 변화된 사회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해방”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촉구했다. 시국선언 낭독이 이어지고 구호를 외친 후 시국선언을 벽에 부착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반지민 차기 총학생회장과 송수진 차기 부총학생회장도 기자회견에 자리했다. 반씨는 “어제와 오늘 열린 기자회견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한 것을 보며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학생 사회의 변화, 더 나아가 시민 사회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2025년 학생회에서도 학우들이 만들어나가는 변화가 큰 영향으로 작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다음날인 4일,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과 포스코관에 붙은 대자보가 불씨가 됐다. 우리대학 1학년인 구씨와 김씨는 ‘이화여대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을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국민들이 퇴진 광장을 열어 윤석열 정권을 우리 손으로 끝낼 차례”라며 이화인들의 시국선언 참여를 독려했다. 시국선언단은 “연대의 힘은 공수부대, 무장 경찰, 심지어는 대통령의 권력보다도 강력하다”며 7일 퇴진 시위에서 대학생의 힘으로 퇴진 광장을 열어낼 것 또한 촉구했다. 시국선언단은 구글폼을 통해 시국선언문에 대한 학생 연대와 시국선언 발표 기자회견 참여 신청을 받았다.
학생들의 연대도 계속되고 있다. 6일 오후6시 기준 ‘이화여대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을 제안합니다’ 에브리타임 게시글에는 200개 넘는 연대 댓글이 달렸으며, 소속과 이름을 밝힌 개인 단위의 대자보도 계속해서 게시되고 있다. 온라인에 게시된 대자보를 게시글로 업로드하는 ‘이화여자대학교 시국선언 대자보 아카이빙’ 인스타그램 계정도 생겼다. 6일 오후6시26분 기준 해당 계정에 게시된 대자보는 55개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
이화여자대학교 윤석열 퇴진 1809인 시국선언문
헌법 제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아래에서 대한민국의 질서가 무너져내리고 있다. 대통령과 직속기관의 무능 속에서 물가폭등, 전쟁위기, 수많은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당사자로, 누군가는 목격자로 2년 반동안 우리의 삶이 위협받았다. 터져나오는 국민의 목소리에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반국가세력’이라는 명명으로,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계엄령으로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 헌법 속의 대통령이 아니다.
우리의 시국을 선언하다.
윤석열 정권 2년 반을 지내며 우리 삶에 가까워진 것은 고조되는 전쟁위기, 참사의 목도로 인한 생명의 위협이다. 뉴라이트 인사 등용, 계엄령 선포로 인한 역사훼손의 위협이다. 우리는 2014년 물이 차오르는 배 속에서‘가만히 있으라’ 말했던 세월호 참사를 목격했다. 2022년 길거리에서 159명이 죽었음에도‘순수하게 놀러 나갔는지’를 증명해야하는 사회 속에 살아왔다. 망가지는 사회 속에서 우리의 과거와, 오늘과, 미래가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낙담할 것인가, 바꿔낼 것인가의 선택지 속에 놓여있다.
나의 해방으로부터, 우리의 해방을 향해.
1960년의 4.19 혁명, 1980 5.18 광주 민주화 운동, 1987년의 6월 항쟁에서 대학생들이 만들어온 역사적 순간이 우리의 눈 앞에 놓여있음을 느낀다. 독재와 계엄군 앞에서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 이야기해왔던 역사 속의 대학생들을 다시 한번 기억한다. 잘못된 것을 바꿔내고자 싸워온 역사를 따라, 윤석열 정권 아래의 삶을 끝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임을 느낀다. 우리의 시국선언은 이 곳에 서 있는 모든 ‘나’의 해방이자, ‘이화’의 해방이자 변화된 사회를 바라는‘우리 모두'의 해방이다.
우리의 열망을 거부권, 혐오, 반헌법으로 막아내는 윤석열 정권을 더 이상 둘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은 지금 당장 퇴진하라.
2024.12.06 (금) 15시
이화여자대학교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