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박주희 신임 이사장, “관심 있는 분야에 기웃대세요”
한국 여성 최초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의무·반도핑 부위원장으로 세계수영연맹 집행 위원 역임, 한국인 최초 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산하 국제올림픽아카 데미(International Olympic Academy·IOA) 과학위원회 위원, 국내 1호 국제도핑검사 관. 이 많은 ‘최초’라는 수식어는 박주희 이사장(체육학과·03년졸)을 향한다. 이번엔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International Sport Starategy Foundation·ISF)의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된 박 이사장을 25일 이대학보가 ECC에서 만났다.
신임 이사장이 생각하는 ISF의 소명은
14일부터 ISF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 이사장은 “ISF의 목표는 스포츠를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말했다. ISF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민간 스포츠 외교 전문 기관으로 국제 스포츠 협력을 도모해 한국의 국제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설립됐다. ISF는 국제 스포츠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제 스포츠 정보 분석, 컨퍼런스, 인턴십, 공모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차세대 스포츠를 이끌 인재를 지원한다. 박 이사장은 “더 많은 국가와 스포츠 교류와 협력의 장을 만들어 대한민국 스포츠의 성장에 기여하겠다”며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노력하겠 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스포츠 업계는 다양성을 포용하고 완전히 다른 사회적 환경 간 균형을 맞추는 데 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에야 여성도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전히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여성 선수가 많다. ISF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어나는 시대나 나라 등은 선택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국가마다 다른 특징을 스포츠 업계에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는 “스포츠가 문화 교류와 사회적 포용성을 증진하는 강력한 도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그는 이사장 임기 동안 평화 증진과 사회적 연대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국제스포츠 프로그램으로 청소년 국제스포츠 캠프, 국제 스포츠 컨퍼런스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렇듯 스포츠장에서 국가 간 교류를 통해 차이를 극복한다는 면에서 ISF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그는 국내와 국외를 연결함으로써 상호 발전하고 선수들의 불이익을 방지하는, 이른바 ‘민간 스포츠 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기웃기웃,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다가서다
ISF의 이사장직을 비롯한 여러 ‘최초’라는 수식어는 박 이사장의 ‘기웃댐’의 결과였다. 관심 있는 분야에 기웃대며 계속해서 도전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어릴 적 선천적 심장병이 있던 그는 부모님에게 “공부하라”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해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이러한 어린 시절 경험은 하고 싶은 일에 거리낌 없이 도전하는 그의 특성으로 이어졌다.
학부부터 박사까지 체육학을 전공한 그는 “스포츠에 온전히 집중하며 스포츠가 개인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포츠에 매료된 그는 우선 각종 대회의 자원봉사 스태프부터 시작해 스포츠 업계에 자신을 알렸다. 실패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오히려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그는 “학생이 조금 부족하다고 사회에서 크게 지탄하지 않는다”며 “뭐든지 도전할 수 있는 것은 학생만의 장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학부 시절) 국내대회, 국제대회, 장애인, 비장애인 스포츠 대회에서 자원봉사부터 책임자까지 기회가 있으면 다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다 그는 ‘국내 1호 국제도핑검사관’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준 ‘스포츠 도핑’을 만났다. 이대학보 1613호(2021년 3월15일자)에 따르면 박 이사장은 학부 1학년 시절 세브란스 병원 재활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특수 체육에 관심이 생겨 석사 때 특수체육을 전공했다. 장애인 선수는 직간접적으로 약물을 접하기 때문에 특수체육을 공부하며 그는 자연히 도핑에 대한 이해를 갖출 수 있었다. 스포츠 업계에서 도핑 검사의 중요성에 관심을 기울이던 시점과 맞물려 그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소속 도핑검사관이 됐다. 그 이후에도 국내 대회부터 아시안 게임이라는 큰 국제 대회까지 가리지 않고 활동에 임한바, 그는 한국여성 최초 세계수영연맹 집행위원이 될 수 있었다. 화려한 성과에 대해 그는 “결국은 내가 가진 역량 안에서 나를 사용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화에서 우리는 “다 똑같이 인간”이었다
박 이사장은 이화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1945년 국내 최초로 설치된 우리대학 체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화 출신인 것에 자긍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대학의 장점으로 성차별 없이 여성이 주도적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을 꼽 았다. 남녀공학에서는 같은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남성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자대학인 우리대학에서 학생들은 여성이란 이유로 배제되지 않고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사회로 나갔을 때 차별에 대한 반감 없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용기로 이어진다. 그는 “최소한 성을 이유로 배척당하지 않는 경험은 중요하다”며, “다 똑같은 인간이라는 교육을 (우리대학에서) 확실히 받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두드리면 결국 된다”고 조언했다. “한 번에 되는 것은 없어요. 계속해서 두드리다 보면 나중에는 그들이 나를 찾게 될 겁니다.”
스포츠에도 교육, 도핑, 마케팅, 방송, 법률, 의학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그는 “그중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재밌으면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면 결과가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꿈꾸는 이화인, 도전하는 이화인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