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박사] 하늘의 꽃, 국궁동아리 천화
편집자주|여러분의 동아리를 찾아가는 동아리 방문 박사, 줄여서 [동방 박사]입니다. 2024학년도 1학기부터는 중앙동아리에서 교내동아리로 범위를 넓혀 찾아갑니다. 학보를 통해 여러분의 아늑한 동방과 사랑스러운 동아리를 홍보해보세요. 학보 공식 인스타그램과 교내 커뮤니티 홍보글을 통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동방 박사가 11월에 만난 동아리는 교내 국궁 동아리 천화(天花)입니다.
활로 표적을 맞춰 승부를 겨루는 우리나라의 전통무술, 국궁을 하는 천화는 2016년에 창단돼 2024학년도 2학기 기준 21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년 3월에 신입부원을 모집하는 천화의 최소 활동기간은 1년으로, 금요일에 이뤄지는 교육에 필수로 참여해야 합니다. 매년 10명 내외의 신입 부원을 뽑으며 학번 제한은 따로 없습니다. 활쏘기를 여성의 영역으로 이끌었던 ‘이화여자전문학교’의 정신과 전통 활쏘기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국궁 동아리 천화를 만나봤습니다.
'천화'에게 물었다
천화의 주요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천화(天花)에서는 전통 활쏘기 방법을 배우고 이를 적용해 직접 쏴보는 연습을 합니다. 사범님과 교육하지 않는 날에는 부원들끼리 서로 자세를 봐주며 연습하기도 하며, 야외로 활을 쏘러 나가는 습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방학마다 가는 엠티에서 활을 쏠 수 있는지를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정기연습 과정이 궁금합니다
2학기에는 화요일, 금요일, 토요일에 정기연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요일에는 이대역 근처 권오정 연습장에서 교육 및 연습을 진행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경복궁역 근처 황학정 연습장에서 연습을 합니다. 1학기는 교육을 위주로, 2학기는 자율 연습을 위주로 하고 있으며 교육은 신입 부원이 받는 기초 교육과 기초 교육이 끝난 후 받는 자세 교정 교육이 있습니다. 신입 부원 교육이 끝나야 제대로 된 활쏘기를 할 수 있기에 2학기부터 145m 과녁을 맞추는 본격적인 활쏘기를 시작합니다. 자율 연습은 빈 활 당기기, 고침 쏘기, 주살, 야외 습사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빈 활 당기기는 말 그대로 화살을 걸지 않은 활로, 쏘지 않고 당겨서 버티는 연습입니다. 고침 쏘기는 근거리에서 낮은 ◆파운드의 활로 과녁을 향해 ◆발시 연습을 하는 것이며, 주살은 ◆줄살로 줄에 화살을 걸고 더 높은 파운드로 발시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145m ◆원사 연습을 하러 비정기적으로 야외에 나가기도 합니다.
국궁을 할때 필요한 준비물이 있을까요
활과 화살, 깍지, 궁대, 검지보호대가 필요합니다. 처음 배우실 때는 동아리에서 보유하고 있는 활로 연습하며, 화살은 황학정과 권오정에서 제공하는 것을 사용합니다. 개인이 구매하는 용품으로는 활을 당길 때 필요한 깍지와 화살을 채우는 궁대, 검지 보호대가 있습니다. 깍지만 필수 구매입니다.
국궁만의 매력과 과녁을 맞히는 양궁,
사격과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전통적인 모습을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것이 하나의 재미인 것 같습니다. 용어도 한자어가 많은 편이고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한복을 입고 활을 쏘는 분들도 만날 수 있어요. 양궁이나 사격과의 차이점으로는 조준기가 없다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점수가 나는 여느 종목과는 달리 큰 과녁에 관중했는지 하지 않았는지의 여부만을 봅니다. 물론 맞히는 것에 주안점을 두는 사람도 있으나 전통 활쏘기를 하면서 느낀 국궁의 매력은 수양과 같다는 점입니다. ‘내가 저 과녁에 도달하면 된다’는 생각을 지니고, 마음을 비운 채 자세를 바르게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맞히고 싶다는 마음은 동일해 자세가 무너질 때가 있지만요!
국궁을 할 때 필요한 역량과 능력이 무엇인가요
보기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운동입니다. 팔 힘만 쓰면 될 것 같지만 팔로만 당기려고 하면 다칠 수 있습니다. 등 근육을 써야 하고 다리에도 힘을 줘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코어도 중요한 전신 운동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세를 교정하는 것에 있어 당연히 사범님들의 도움도 있지만 자세를 돌아보고 스스로 고치는 과정이 굉장히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내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생각하는 모습처럼 활을 쏘기 위해서 꽤 긴 시간동안 연습을 하며 고쳐나가야 해요. 이 과정을 견뎌내야 국궁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궁을 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평소엔 쓰지 않던 등근육을 쓰는 운동이라서 시작하는 과정이 더딜 수 있습니다. 바른 자세를 잡고 자신만의 ◆궁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어렵습니다. 한 곳에 몰리게 쏘거나 가운데로 화살이 쭉 가게 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며 처음 시작할 때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당기는 건 맞는지 등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주 자세 교정을 하며 연습을 하다보면 자세가 익숙해지고, 세세한 자세 교정을 하다보면 바른 자세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궁체에는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 다른 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반에 사범님께 잘 배워두고 이후로는 세세한 자세 교정을 받으며 자신만의 자세를 찾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자세가 나오면 조준은 그때서야 되는 것 같습니다.
천화 부원들의 입부 계기가 궁금해요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일본 궁도부의 얘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츠루네'를 보고, 웹툰 '미시령'을 보고, 활을 한 번 쏴보고 싶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학과, 학번의 부원들이 천화를 발견하고 천화에 들어왔습니다.
천화 지원을 준비하는 이화인들에게 조언이 있을까요
금요일 오전에 보통 신입 교육이 예정돼 있어 금요일 오전 시간표를 비워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연습하는 장소 모두 언덕길이 있어서 언덕을 오를 수 있는 지구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서 계속 말씀드렸다시피 바른 자세를 찾아가고 파운드를 높여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꾸준히 성실히 함께 노력할 각오가 필요하겠습니다.
우리 동아리의 가장 사랑스러운 점은 무엇인가요
부원들이 다들 착하고 사범님도 정말 친절하십니다. 더불어 활로 하나 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단순 동아리 커뮤니티를 넘어 거대한 하나의 국궁 커뮤니티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콘텐츠가 많아서 지루할 틈이 없으며, 사범님이 종종 귤 같은 제철 간식을 주시는데 둘러앉아 함께 까먹으면 귀엽습니다.
여러분에게 '천화'란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곳, 몸도 마음도 강해지는 곳이자 영원한 '활친구' 입니다.
지금 같이 활동하는 부원들과 미래의 부원들에게 한마디
취미 활동, 친목, 스트레스 해소 등 모두가 다양한 이유로 국궁을 시작하겠지만, 국궁의 최고 장점은 ‘현대에는 무용한 활쏘기라는 행위 속에서 인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흔들리는 것은 당신의 눈이다. 활시위를 당기는 손이다. 명중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마음이다. 과녁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마음을 꿰뚫었던 글인데, 국궁을 시작하고 나서야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바른 자세를 찾아가는 과정이 때로는 괴롭지만, 그 시간이 나 자신을 삶 속으로 이끌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절대 국궁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지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전통 활쏘기를 알아가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천화 아껴주시고 성원해 주시고 많이 지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천화를 나타내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천화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평생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사범님께서 늘 해주시는 말씀이 취미로 만난 친구는 평생 간다고 하셨습니다. 대회를 가끔 나가면 활이라는 취미로 다양한 분들이 모여서 즐겁게 활동하시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부원들과도 농담삼아 '70년 더 활 같이 쏠 사이' 아니냐고 이야기 한답니다. 활쏘기는 어르신들이 많이 하시는 취미이기도 합니다. 자세를 잡는 것도 활쏘기를 오래 한다고 생각하면 조급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며 천화에 오셔서 활쏘기라는 평생 친구와 취미로 만나 오래 같은 취미를 공유할 활친구를 만나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발시: 화살을 잡은 손을 펼치며 화살을 보내는 동작
◆원사: 멀리 떨어진 과녁을 맞히는 종목. 보통 145m 떨어진 과녁을 맞힌다.
◆줄살: 줄에 화살을 걸어놓은 것. 보통 야외에 매달린 줄에 화살을 걸고 발시 연습을 한다.
◆파운드: 활의 당기는 힘을 일컫는다. 파운드가 낮을수록 쉽게 당겨지며 높아질수록 어렵게 당겨진다.
◆궁체 : 화살을 쏘는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