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잡(job)담] 게임의 즐거움을 디자인하다, 넥슨코리아 UX 기획자
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이대학보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이번 호는 게임 UX를 기획해 유저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게임 기획자의 삶을 다룬다.
게임은 단순한 유희거리를 넘어 또 다른 세계다. 화려한 그래픽과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현실과 분리된 환상적 세계를 제공한다.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용자가 게임 속 세계를 편안하게 탐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대학보는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을 고민하며 ◆UX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이희수(언론정보·18년졸)씨를 만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넥슨코리아에서 게임 UX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게임 기획에는 스토리를 짜는 시나리오 기획, 게임 내 콘텐츠가 동작할 수 있게 규칙을 설계하는 시스템 기획 등 여러 직무가 있다. UX 기획은 사용자가 정보를 원활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세부적으로 살피는 업무다. 예를 들어, 출석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시스템 기획자는 전반적인 이벤트의 틀을 짠다. UX 기획자는 출석부의 UX/◆UI를 만드는 등 사용자가 편하게 게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한다.
현재 담당하는 업무는 게임 내 기존 콘텐츠를 개선하거나 새 콘텐츠 제작을 위해 협업하는 것이다. 시스템 기획자의 기획서를 토대로 효과적인 화면 배치나 흐름을 고민하며 ◆목업을 만든다. 목업을 보며 시스템 기획자, 디자이너와 결정한 시안으로 예상 화면을 만들고 상세 기획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문서를 깔끔하게 쓰는 게 중요하다. 처음부터 모든 돌발 변수를 파악할 수 없기에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해 기획서를 쓰고,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와 같이 대화하며 보완해 나간다.
넥슨코리아 입사 과정은
서류와 1차, 2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1차 면접에서는 지원 부서에 적성이 잘 맞는지 확인하는 팀 면접을 본다. 넥슨코리아에서는 2차 면접으로 직군 면접을 진행한다. 해당 직무 전문가가 기본적 지식을 묻고 지원자의 직군 역량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서류나 1차 면접에서 과제를 내기도 한다. 보통 포트폴리오나 면접에서 발견한 지원자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고 싶은 경우에 요청한다. UX 기획자가 받을 수 있는 과제의 예시로 게임을 하면서 불편했던 UX와 불편했던 이유, 그에 대한 개선안 보고서 작성이 있다.
게임 기획자로 일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게임을 열심히 해왔지만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 휴학 후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중 지금까지 게임을 즐겁게 해온 것이 생각났다. 단순히 즐기는 것에서 끝낸 게 아니라 게임 세계관 속 시대적 배경의 구현 정도와 방식에 관심을 두기도 했다. 이런 호기심에서 출발해 학부에서 배운 글쓰기 능력, 교양 지식을 활용해 게임 업계에 취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업계에서는 게임을 좋아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 동료들과 업무 관련 얘기를 할 때, 유명하거나 유행하는 게임들이 자연스럽게 예시로 언급된다. 게임에서 전형적으로 통용되는 ‘hp’, ‘mp’ 등의 단어들도 마찬가지다. 동료들도 다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때 관련 개념들을 활용하게 된다.
게임 기획자의 하루 일과는
대체로 게임 업계는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 넥슨코리아는 출근은 오전7시부터 오전11시 사이, 퇴근은 오후4시 이후부터 가능하다. 오전11시부터 오후4시까지는 필수로 근무해야 한다. 이 시간만 지킨다면 유동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담당하는 업무의 범위가 넓어 그날마다 일과가 달라지는 편이며, 업무를 스스로 찾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맡은 업무를 계속 확인하고 따라가며 일정을 파악하거나 기획서를 쓴다.
게임 기획자에게 중요한 역량은
문서를 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기획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부분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작성한 문서를 많은 사람 앞에서 설명해야 하기에 불특정 다수가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학부 시절 전공 수업에서 배운 글쓰기 방법이 많은 도움이 됐다. 타 지원자와 차별화하기 위해 지원할 때부터 글쓰기 역량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기획자는 게임의 처음과 끝을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기획자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여러 부서와 협업하고 중간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이끄는 의사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다.
게임 UX 기획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되도록 모든 요소에 이유를 부여하며 설계하려고 한다. 문구 하나를 배치할 때도 정말 필요한 문구인지, 어느 게 더 적절한 표현일지, 어떤 효과와 연출을 넣을 건지 고민한다. 당연한 것도 한 번씩 더 고민해 보는 과정에서 업무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느낀다. 미리 생각해 두면 관련 문의가 들어왔을 때 바로 대답할 수 있기도 하다. 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한 번씩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좋겠다.
관련 직종을 꿈꾸는 이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게임 업계는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까지 어려운 분위기는 아니다. 더 많은 이화인이 게임 업계에 진출하길 바란다. 특히 기획 직무를 희망한다면 이론에만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기획은 실전에서 스스로 깨쳐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많이 해보고 좋았던 부분을 깊게 고민해 보길 추천한다. 게임 경험으로부터 얻은 보편적 지식들,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UX: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경험하는 모든 측면을 말한다. 사용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두고 디자인한다.
◆UI: 사용자 인터페이스. 버튼이나 아이콘 등 제품의 시각적인 디자인을 말한다.
◆목업: 아이디어나 제품의 초기 개념을 실체화한 모형. 디자인 검토를 위해 실물과 비슷하게 만든 시제품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