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혐오 인정 판결, 판결 의의와 나아갈 방향은
10월15일,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혐오를 범행 동기로 인정한 판례가 나왔다. 2023년 11월4일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발생한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2심을 담당한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판결문을 통해 사건을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에 기반한 범행 동기”라 명시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인해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워진 이후 8년 만에 사법부가 여성혐오 범죄를 인정한 것이다.
여성혐오를 인정한 판례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여성 단체의 노력이 있었다. 경남여성회, 여성의당 경남도당, 진주성폭력상담소 등 여성 단체는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피해자를 도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2심 3차 공판이 있던 8월27일,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서 여성단체들은 ▲양형가중인자 모두 적용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정 조성 ▲피고를 엄벌해 여성혐오 범죄를 근절할 것을 주장했다.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은 여성 피해자가 편의점 아르바이트 근무 중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던 가해자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노동자와 고객 간 위계가 이중으로 피해자를 억압했기에 양형을 가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탄원서도 제출한 여성의당 경남도당 정재흔 대표는 이번 판결의 의의를 “협력으로 맺은 페미니즘 운동의 결실”로 설명했다. 여성혐오 범죄에 취약한 청년 여성들도 이번 판결에 주목했다. 이나연(기독⋅22)씨와 이민주(사회⋅23)씨는 여성혐오를 ‘여성혐오’라 명명한 데서 이번 판결의 의의를 찾았다. 이민주씨는 나아가 이번 판결이 “여성 인권의 진전을 이루는 중요한 기점”이 되리라 기대한다.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방청 집회에 참여했던 손명주(전자전기⋅20)씨는 “이제부터라도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 여성주의적 시각이 더욱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강대 박용철 교수(법학전문대학원)와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법학과)는 여성혐오 범죄 처벌 관련 법안을 마련할 때 법안의 집행 과정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