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범죄 명명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청년에게 갖는 의의는
국내에서 여성혐오 개념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2016년으로부터 8년이 지났다. 2024년 10월15일,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판결문은 대한민국 사법 체계 역사상 최초로 여성혐오를 법적으로 새겼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청년들에게 특히나 생경한 감각으로 다가올 판결의 의의를 이대학보에서 물었다.
첫 여성혐오 범행동기 명시가 갖는 의미는
“여성혐오가 묻지마 살인 등으로 치부됐던 과거와 달리, 특정한 소수자를 향한 편견과 혐오에서 비롯된 범죄임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이나연)
이나연(기독⋅22)씨는 여성혐오를 ‘여성혐오’라 명명한 것 자체가 큰 발전이라고 말한다. 이나연씨는 이번 판결을 통해 “다른 혐오 범죄 또한 혐오 범죄 그 자체로 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이민주(사회⋅23)씨도 여성혐오를 범죄 동기로 명확히 지적한 점에 주목하며, 여성 대상 폭력이 단순한 폭행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선택적 폭력임을 인정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이 사건을 “여성 인권의 진전을 이루는 중요한 기점이 될 사건”이라고 본다. 만연한 여성 차별을 목격해 온 이민주씨는 끊이지 않는 여성혐오 범죄에 때때로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여성 연대를 통해 여성혐오 담론이 확산하는 것을 체감했다”며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ㄱ(전자전기⋅20)씨는 10월15일 열린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방청 연대 집회에 참여했다. ㄱ씨는 “페미니즘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제부터라도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 페미니즘적 시각이 더욱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에서 여성혐오 범죄가 악질적 범행 동기임을 인정해 가중처벌 요소로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신변 위협 가능성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여성혐오 범죄 자체가 근절되려면
여성 청년들은 소수자 혐오 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이 명백한 사회적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를 지적한 것이다. 이나연씨는 “혐오가 희화화돼 웃음거리로 치부되는 사회적 분위기부터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주씨 또한 “표현의 자유를 논하기에 앞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여성을 대상화하는 사회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여성혐오를 근절하고 인식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23년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2024년 순천 고등학생 살인 사건 등 여성만을 겨냥한 범죄를 ‘묻지마 살인’으로 정의하며 그 안에 포함된 여성혐오적 맥락을 삭제한 우리 사회를 지적했다. 그는 “여성혐오적 동기를 명확히 인정해야만 예방과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악질적 범행 동기를 가중 처벌해 혐오 범죄를 재생산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법적 변화도 필요하다. 사회 체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여성혐오 기반 범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민주씨는 “소수자 대상으로 발생한 범죄 동기를 더욱 면밀히 분석해 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 강화를 법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북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 단체는 3월12일 해당 내용이 담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한 바 있다.
여성 청년들은 여성들 간 연대가 변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민주씨는 “여성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딥페이크 집회에 나가는 등 여성혐오 근절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페미니즘 담론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에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84개 여성단체는 8월29일 공동 성명을 냈고, 딥페이크 근절 시위에는 약 5000명이 참여했다. 이민주씨는 여성 연대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발전할지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여성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언제나 여성”이라며 “많은 여성들이 연대해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으로 새로운 변화를 계속해서 이끌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