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제1회 이화어울림 체육대회 개최
초록색 옷을 입은 남성이 이마에 붙은 포스트잇을 떨어뜨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손을 쓰지 않고 얼굴만 움직여야 하는 이 미션은, 미션계주에서 차례대로 출발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중간 미션이었다. 주위에서 같은 색 옷을 입은 동료들이 “할 수 있다”며 응원한다. 포스트잇이 마침내 떨어지자, 순식간에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네 시간째 쉬지 않고 체육대회에 참여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 스포츠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개최된 제1회 이화어울림 체육대회(체육대회)의 한 장면이다. 21일 체육관 C동에서 열린 체육대회에는 우리대학 체육과학부 및 특수교육과 학생, 이수매니지먼트 장애인 사원, 지역사회 장애인과 이들의 지인 62명이 참여했다. 체육대회 참여자들은 백팀과 녹팀으로 나뉘어 ▲처음 뵙겠습니다 ▲폭탄던지기 ▲댄스타임 ▲막대달리기 ▲보체 ▲미션계주 순으로 활동을 진행했다.
한 마음으로 어울려 즐기는 체육대회
흩어져 돌아다니며 서로를 소개하는 처음 뵙겠습니다로 체육대회의 막이 올랐다. 폭탄 던지기부터는 두 팀으로 나뉘어 팀전으로 진행됐다. 폭탄 던지기는 진영 내부에 더 적은 공이 있는 팀이 이기는 게임으로, 참여자들은 서로의 진영에 작은 공을 던지고 자기 진영의 공을 빼내며 경쟁했다. 폭탄 던지기를 이긴 백팀 참여자 얼굴에는 일제히 웃음꽃이 폈다.
◆스페셜올림픽 종목 중 하나인 보체 경기도 있었다. 보체는 동계 종목인 컬링과 비슷하다. 빙판 위에서 스톤을 이용하는 컬링과 달리, 보체는 실내외 코트에서 공을 이용한다. 이번 체육대회를 주최한 특수체육연구실은 “보체는 장애인 스포츠를 소개하는 취지에서 선정한 종목으로, 규칙이 복잡하지 않고 다수가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체육대회에 참여한 고연종(15·남)군은 즐거운 마음에 집에 가는 길 내내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갔다. 고군의 보호자 신현영(51·여)씨는 “보체는 다른 곳에서도 해봤지만, 그보다 더 자세히 설명해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체육대회의 꽃인 미션계주는 물병 던져서 세우고 달리기, 훌라후프하면서 달리기 등 다양한 미션으로 구성됐다. 참여자들은 같은 팀 참여자가 미션을 할 때 옆에서 응원하며 즐거워했다. 경쟁 끝에 백팀이 승리했지만, 소속 팀과 관계 없이 모두가 메달을 걸고 사진을 찍으며 서로를 축하했다.
참여자와 보호자 모두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이수매니지먼트 사원 장서연(19·여)양은 어떤 활동이 특히 좋았냐는 질문에 “다 좋아서 고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재영(16·남)군의 보호자 황선영(54·여)씨는 “아이가 커서 어렸을 때보다 몸으로 하는 활동을 할 기회가 많이 없어 참여하게 됐다”며 “열심히 준비해주셔서 참여하니 좋고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참여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설소희(특교·23)씨는 “유아 특수 교육을 전공하고 있어 통합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함께 참여한 배채인(특교·23)씨는 “참여자들의 유형이 다양해 진행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진행도 잘 되고 참여도 활발했다”고 말했다. 특수체육연구실 인턴 김소현(체육·23)씨는 “평소 이수매니지먼트에서 하는 체육 동아리 수업을 돕다가 재미를 느껴 참여하게 됐는데 체육대회는 처음이라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그만큼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체육대회 참여자들 모두 이번 행사가 일회성으로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수매니지먼트 소속 황예람(20·여)씨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며 “다음에도 참여할 예정이며 (그때는 체육대회가)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번 체육대회는 다른 특수체육 프로그램이나 행사에서 경험하지 못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좋다”며 “(특수체육연구실) 선생님들이 열심히 준비한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소외되는 사람 없이 안전한 체육대회를 위해서는
체육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운영하는 ‘2024년 학교체육시설 장애인 이용 개방 지원 사업’(장애인 이용 개방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장애인 이용 개방 지원 사업은 학교 체육시설을 장애인들에게 개방하는 사업이다. 우리대학 사회체육교육센터와 체육과학부 특수체육연구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스포츠 프로그램을 통해 소수자를 배려하는 포용적 문화를 조성하고자 사업에 참여했다.
기획을 맡은 특수체육연구실은 체육대회 종목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 스포츠 종목을 채택했다. 안전과 재미를 고려해 종목을 지정하고 원활한을 위해 노력했다. 폭탄던지기 게임을 위해서는 다칠 위험이 적고 가벼운 볼풀공이 많이 필요했기에 많은 수의 볼풀공을 빠르게 구하고자 동네를 직접 돌며 중고 볼풀공을 구하기도 했다. 모두가 고르게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규칙도 세웠다. 막대 달리기에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여해야 한다는 규칙은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함께하기 위해 마련한 규칙이었다. 안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막대달리기에서는 동시에 뛰는 사람들이 하나의 긴 막대를 잡고 달리게 해 서로 속도를 맞춰 모든 참여자가 다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특수체육연구실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진행된 행사인 만큼 아쉬움도 있었다. 특수체육연구실은 “댄스타임이 민망해 즐기기 어려웠다는 피드백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다양한 취향을 반영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를 느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체육대회 진행 중 들려오는 참여자들의 재미있다는 표현들은 특수체육연구실에 힘이 됐다. 특수체육연구실은 “적은 인원으로 다양한 물품이 필요한 미션계주를 진행하다 보니 진행이 쉽지 않았지만, 참여자들이 재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기뻤다”고 말했다. 또한 “참여자들이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체육과학부 인턴들의 도움 덕분에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고 덧붙였다. 참여자들과 같이 특수체육연구실도 이번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특수체육연구실은 “차기 행사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 참여자들이 행사 정보를 충분히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