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잡(job)담] 예술의 힘으로 세상을 다채롭게, '널 위한 문화예술' 아트 디렉터
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이대학보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이번 호는 아트 디렉터의 삶을 다룬다.
문화예술은 회색빛 일상을 다채롭게 바꾸는 힘이 있다. 삶에 색감을 더해주는 문화예술에 반해 미술 업계에서 문화예술이 가진 힘을 전파하는 이화인이 있다. 이대학보는 ‘널 위한 문화예술’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하는 김예지(사회·18년졸)씨를 만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문화예술 미디어 회사 ‘널 위한 문화예술’에서 아트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다. 널 위한 문화예술은 국내외 전시와 작가들, 문화예술을 주제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고 전시 티켓 및 작품 판매 플랫폼 ‘널 위한 99티켓’, ‘사적인 컬렉션’을 운영한다. 유튜브 채널도 여러 개 운영 중이다. 사명과 동일한 채널 ‘널 위한 문화예술’에서는 전 세계 예술 행사나 사건, 작가를 소개한다. ‘예술의 이유’에서는 예술 지식을 쉽게 풀어 전달하며 문화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즐길 수 있도록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아트 디렉터는 콘텐츠나 플랫폼에서 다룰 소개할 작가나 갤러리를 섭외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해외 작가들이 내한했을 때 전시 현장에서 작가를 인터뷰하는 일도 하고 있다.
널 위한 문화예술 입사 과정은
이직 제의를 받고 입사하게 됐다. 첫 직장 ‘서울옥션’에서 홍콩 경매 기획과 작품 수급 및 판매 업무를 맡았고, 이후 문화예술 작품 판매 플랫폼 ‘아트시(ARTSY)’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한국 디렉터로 일하다가 합류 제안을 받았다. 널 위한 문화예술은 공개 채용도 하고 있다. 공채 지원자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입사한다.
아트 디렉터의 하루 일과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최대한 업무 흐름을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 시간을 지켜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업무에 집중하려고 한다. 오전9시부터 오전10시까지는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이메일에 답장하는 업무를 먼저 처리한다. 이후로는 한 시간 단위로 해야 할 일을 정해둔다. 주로 작가나 갤러리와 미팅하거나 미팅을 준비한다. 큰 틀에서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있지만, 그 안에서 동시에 여러 일이 진행되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기 때문에 매일 해야 할 일이 다르다.
미술계에 종사하게 된 계기는
사회학과에 진학해 처음에는 기자를 꿈꾸며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를 복수전공했다. 그러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이때 우연히 광화문에서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방을 촬영한 ‘아이들의 방’ 전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 봤던 수많은 기사들보다 전시의 시각적 이미지가 주는 울림이 컸다. 예술의 힘을 공부하고 싶어져 <동양미술사>, <예술사회학>과 같은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벨기에 예술 도시인 브뤼셀(Bruxelles)에 교환학생으로 가 예술에 큰 흥미를 느꼈다. 문화예술 업계의 일이 적성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했다. 브뤼셀의 박물관과 갤러리에 지원서를 100개 정도 돌렸고, 감사하게도 ‘르네 마그리트 뮤지엄(René Magritte Museum)’에서 연락이 와 6개월간 인턴을 했다. 이후 미술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한국에 돌아와 복수전공을 미술사학 연계전공으로 바꿔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직무에 도움이 된 대학시절 경험은
1학년 2학기부터 졸업하기 전까지 신촌 기반 문화기획 단체 ‘청출어람’에서 활동했다. 함께 신촌 가게를 돌아다니며 사장님을 설득해 가게를 빌리고 전시와 공연을 열었다. 전공을 바꿀 때도 단체 소속 선배와 동기들에게 고민을 나누고 격려도 받았다. 이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느꼈다. 전공이 희망 진로와 다르더라도 수업 외 시간에 어떤 사람들과 무엇을 보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기억이 평생 남아 앞으로의 길을 만들어 가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트 디렉터에게 중요한 역량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다. 미술 시장은 회사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미술계에서 큰 기업도 타 분야 대기업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기에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먼저 찾아가서 연락하고 일을 발굴해 추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개성이 강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한 예술가들과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일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통일부 요청을 받아 5월에 나난 강 작가와 ‘세송이물망초의 정원’ 전시를 진행했다. 세송이물망초는 국군 포로, 억류자, 납북자를 상징하는 꽃으로, 전시는 그들을 기억하고 생환을 기원하는 의미였다. 전시에 온 납북자의 가족들이 전한 감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대학 시절 세월호 전시를 보면서 큰 울림을 받았던 것처럼, 직접 기획한 전시로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뻤다. 예술이 사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걸 다시 느낀 경험이었다.
관련 직종을 꿈꾸는 이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학부생 때 미술 업계에 관해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관련 정보나 아는 사람이 없어서 맨땅에 부딪치며 찾아보곤 했다. 미술 업계는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화 할 수 있는 관련 종사자를 찾아보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미술계 종사자로 일하는 것을 걱정하는 이화인들도 있을 텐데, 미술 업계는 성장 가능성이 크고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분야다. 이화인처럼 지성을 갖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이 필요하다. 관련 직종을 꿈꾼다면 선배님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다양한 활동에 도전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