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잡(job)담]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전할 수 있도록, 스포츠서울 스포츠 기자

2024-08-25     임수현 기자

편집자주|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이대학보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이번 호는 경기의 치열한 순간을 기록하는 스포츠 기자의 삶을 다룬다.

경기의 마지막 1초까지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운동선수들. 그들의 곁에서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를 눈과 귀로 포착해 글과 사진에 담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대학보는 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스포츠 기자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스포츠서울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황혜정(교공·22년졸)씨를 만났다.

황혜정씨는 “직접 발로 뛰어 남들이 쓰지 않는 컨텐츠를 발굴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차별화 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변하영 사진기자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스포츠서울에 2022년 1월에 입사해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스포츠 전문지로 농구, 배구, 야구, 축구, 사격 등의 올림픽 종목들을 주로 다루며,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한축구협회를 주 출입처로 대한체육회, 문체부도 출입한다. 스포츠부는 프로야구팀과 프로축구팀으로 나뉜다. 이 중 한 팀에 소속돼 야구 혹은 축구를 주로 다루되, 다른 운동 종목도 함께 맡는다. 현재까지 프로야구팀을 메인으로 농구, 댄스 스포츠, 승마까지 담당해 기사를 쓰고 있다.

스포츠 기자는 업무일이 따로 정해져 있기보다는 담당 종목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 야구 경기 시즌에는 경기 일정에 맞춰 취재하고 비시즌에는 ◆스프링 캠프를 따라가거나 선수들에게 연락해 기사 소재를 발굴한다. 야구 경기는 주로 저녁에 진행되기 때문에 보통은 오전9시까지 기사 소재를 발제한다.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선발 명단, 선수의 계약 연장 소식 등 야구와 연관된 이슈를 확인하고, 경기 3시간 전에 야구장에 도착해 홈팀, 원정팀 감독을 인터뷰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기자실에서 경기 상보를 작성하고 경기 종료 직후 ◆더그아웃으로 가서 선수들을 인터뷰한다. 경기 상보는 경기 중 발생한 일과 결과를 다루는 기사로, 스포츠 기자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스포츠서울 입사 과정은

입사 시험은 다른 매체들과 동일하게 서류 접수와 필기시험,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필기는 간단한 스포츠 상식 시험과 외신 번역으로 이뤄진다. 면접은 스포츠 관련 상식을 물어보는 등 지원자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관심도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위주로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단순히 지식을 깊이 있게 아는 것보다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중요하게 본다. 정보를 조합해서 하나의 완결된 글로 정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스포츠 분야가 체력적으로 난도가 있는 만큼 배짱 있는 기자를 뽑고 싶어 한다. 그래서 축구 동아리에서 선수로 활동했음을 언급하며 자신 있는 체력과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스포츠 기자로 일하게 된 계기는

스포츠를 정말 좋아해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사범대학 축구 동아리 ‘축구교육과’에서 활동했다. 원래는 전공을 살릴 생각으로 교육공무원을 준비했지만, 시험에 떨어졌다. 그때 우연히 스포츠 인턴 기자 채용 공고가 눈에 띄어 지원했다. 관련 활동 경력이 없었지만, 운이 좋게 붙어 인턴 일을 시작했다. 당시 도쿄 올림픽 시즌이라 관련 온라인 기사를 많이 작성했다. 현장에 나가지 않는 인턴이었음에도 기사 소재를 발굴해서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보를 전해주는 게 너무 재밌었다. 도쿄 올림픽의 성평등을 주제로 쓴 기획 기사가 그날 해당 매체의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 이름을 건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가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턴 과정을 거치며 스포츠 기자라는 직업에 더 큰 흥미와 매력을 느끼고 입사를 준비했다.

 

직무에 도움이 된 대학 시절 경험은

동아리 활동에 열중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대학생 때 축구 동아리에서 하루 종일 공을 차고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서는 하루 종일 기타를 쳤다. 매일 동아리에서 손과 발을 쓰면서 좋아하는 일에 미쳐봤던 경험 덕분에 내 열정의 한계를 넘어서 몰입할 수 있게 됐다. 그때 기억이 지금 일을 할 때 ‘나는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해준다.

전공 지식도 도움이 됐다. 대학생 때 학습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론인 교수 설계를 배웠다. 전공의 모든 강의가 교수 설계가 기초가 되는 내용이었다. 뉴스도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학습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기자도 뉴스라는 콘텐츠를 만드는 교수자라고 할 수 있다. 교수 설계에서 배운 효율적인 학습 콘텐츠를 뉴스에도 적용하고자 했다. 기사의 구성과 배치에 신경을 쓰면서 명료하고도 간결한 제목과 현장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사진을 사용한다. 이렇듯 대학 시절 쌓아온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선수들의 열정과 마음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기사를 쓰려고 한다.

 

황혜정씨는 “담대한 마음과 소통 능력이 스포츠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고 말했다. 변하영 사진기자

 

스포츠 기자에게 중요한 역량은

담대한 마음과 소통 능력이다. 기자로 일하게 되면 다양한 사안을 장관, 차관 등 고위 관료 앞에서 질문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예민한 문제더라도 기회가 왔을 때 바로바로 질문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 선수와 구단 관계자 등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는 직업이기에 조심스러운 상황에서도 부드럽게 접근할 줄 알아야 한다. 핵심적인 질문으로 원하는 답변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분위기를 잘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부진한 선수와 인터뷰할 때 민감한 부분은 신중하게 다루며 진행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가장 보람찬 순간은

비교적 주목 받지 못했던 선수들의 감동적인 순간을 기사로 남길 때 뿌듯하다. 처음 프로야구팀 업무를 맡았을 때는 취재원을 많이 알지 못해서 발제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내가 새롭게 개척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여자 야구팀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여자 야구팀은 실업팀이 없는 아마추어 종목이라 취재하는 기자가 적고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다. 무작정 여자 야구팀 연맹에 전화해 취재를 허락받았고, 경기장을 방문했다. 남자 야구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뭉클했다. 현장의 분위기에 빠져들면서 애정을 가지고 취재를 하다 보니 단독으로 취재하거나 국제대회에 동행할 기회가 늘어났다. 필리핀 선수들과 경쟁했던 아시안컵 경기를 이기고 여자 야구팀 선수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세계대회에 나갈 티켓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그들의 열정을 포착하고 기록할 수 있어 감사했다. 선수들의 열정이 결코 유명 종목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다. 비인기 종목에도 계속 주목하고 발굴해야 함을 느꼈다.

 

관련 직종을 꿈꾸는 이화인에게 한마디

학교생활을 다양하게 해보길 추천한다. 대학 시절 장애인 학생 도우미인 ‘이화나래벗'으로 활동하며 <미시경제학>을 장애 학생과 함께 들었다. 한 학기 동안 활동했던 경험이 스포츠 기자가 되고 야구장 휠체어석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됐다. 휠체어석 가격이 일반 좌석과 약 10배 차이 나는 것을 알게 돼 관련 기사를 통해 구단의 가격 정책을 바꾼 적이 있다. 쓸모없는 경험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대학 생활을 즐거운 마음으로 많이 경험하라는 말을 가장 하고 싶다. 다양한 경험이 세상 곳곳에 시선을 두고 시야를 넓히는 데 보탬이 된다.

 

◆스프링 캠프: 프로 스포츠 종목에서 정규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구단별로 모여서 하는 훈련을 뜻한다.

◆더그아웃: 야구 경기장에 있는 팀 대기 구역이다.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대기하거나 장비를 보관하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