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緣)] 하고 싶은 것만 많았던 이화인의 마케터 되기
이화선(커미 · 22년졸) 디스트릭트 마케팅커뮤니케이터
2023년 디지털 디자인 기업인 디스트릭트에 입사해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MBTI뿐 아니라 그 어떤 적성검사를 해도 치우침 없이 둥글둥글한 결과만 나오는 성격 을 가진 나는 이화에서도 여러 활동을 했고, 직업을 가진 지금도 그렇다.
이화에서 나는 경영학 복수전공이나 인턴 대신 더 하고 싶었던 것들만 했다. 이대학보 사진기자로 2년간 활동했고, 그 마지막 학기에는 여자축구를 다룬 사진기획 ‘운동장이 기 울었어도’를 보도했다. 그러고는 동문들과 함께 퓨전 국악 연주 영상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며 지금은 150만 조회수를 보유한 ‘아름다운 나라’ 커버 영상을 제작했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며 커버 영상 유행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학생 때부터 연주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던 나는 종합대학인 이화에서 그것을 이뤘다. 미디어 관련 전공을 하며 다른 영상 활동도 많이 했다. 그래서 어느 날은 혼자 ‘그럼 난 꿈을 이룬건가? 이제 뭐하지?’라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다. 그런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목표가 ‘연주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기보다는, 연주 영상을 만드는 일이 내가 가진 여러 목표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목표 하나 이뤘다’는 결론이 났고, 다른 하고싶은 것을 찾아 가뿐한 마음으로 떠났다.
둥글둥글한 검사 결과가 증명하듯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매우 많고 실제로 많은 것들을 해보려 한다. 커리어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매번 나만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뤄가려고 노력한다.
졸업을 앞두고 한 해 동안 큰 기업에서 실무를 경험해 보기로 했다. 국내 종합광고 대행사에 전시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단기 계약직으로 들어갔다. 첫 사회생활이고 계약직이었기에 ‘상사의 의견과 업무 지시를 믿고 따르는 것’, 그리고 ‘중간보고를 열심히 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10개월 동안 2개의 국내 프로젝트, 2개의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교환학생도 다녀오지 않았고 해외 경험이 전무했는데도 해외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었던 건 영상 스펙을 잘 아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해외 전시관 내 스크린과 옥외광고에 송출될 영상의 수급과 검수를 맡았다. 또 다른 해외 프로젝트에서는 현장에서 전시 운영을 지원하게 됐는데, 이때 영어로 비즈니스 이메일을 처음 쓰기 시작했다. 챗GPT가 출시 되기 전이라 하다 못해 끝맺음 말을 뭐라고 쓸지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봐야 했고, 한 문장을 쓰려고 해도 그 표현이 비즈니스 이메일에 적합한 지 전혀 모르겠기에 또 인터넷을 한참 뒤적거렸다. 상사분이 “10분이면 쓸 이메일을 3시간 동안 써서 보내느냐”고 장난삼아 말씀하실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 업무는 계속 나에게 맡겨졌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1인분은 한다고 봐주시는구나 생각하고 또 열심히 일했다.
4번째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정규직 취업 준비에 돌입했다. 이화에서부터 쌓이고 쌓인 여러 경험은 내가 PR과 마케팅 분야에서 정식 커리어를 시작하는 발판이 돼 주었다. 2023년 초,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며 4대 보험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중장기 목표를 ‘실무 경험을 쌓는 데 집중하며 20대를 보내는 것’으로 정했다. 단기 목표는 ‘중간보고를 잘하는 것’으로 했다.
내가 일하고 있는 디스트릭트는 B2B 디지털 디자인 제작과 함께 미디어아트 전시 관인 ‘아르떼뮤지엄’ 등을 제작, 운영하는 회사다. 2020년 서울 코엑스LED 전광판에 ‘파도(WAVE)’라는 퍼블릭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2021년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고래가 춤추는 모습을 표현한 ‘웨일 #2(Whale #2)’ 를 선보여 주목 받기도 했다. 여기서 나는 1년 반이 채 되지 않은 지금까지 둥글둥글하게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 왔다. 국내 PR 전반과 약간의 해외 PR을 담당하다가 퍼포먼스 마케팅과 런칭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s) 캠페인까지 맡았고, IMC 위주의 마케팅으로직무를 굳혀가고 있다.
국내 주요 관광지에 있는 아르떼뮤지엄이 올해 2월 두바이에도 개관했다. 나는 이 두바 이 지점의 런칭, 그리고 그 이후의 IMC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다. 개관소식을 성공적으로 알리기 위한 PR 활동, 개관식 등의 행사 개최, 인플루언서 마케팅, 온오프라인 광고 집행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된다. 개관 이후에는 상설 전시관을 유지하기 위한 캠페인을 기획, 실행하고 있다.
이화에서 경험했던 것들은 지금의 직무와는 어쩌면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대학보 활동은 문법에 눈을 뜨게 했고, 홍보실 근로장학생 기간에는 비즈니스 이메일 작성법을 배웠다. 연주 영상을 제작하면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깨달았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나의 현재 위치를 인식하고, 그에 따른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이것이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둥글둥글한 이화인의 취업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재미 있었기를 바라며, 오늘도 목표를 향해 굴러가 본다.
이화선(커미 · 22년졸) 디스트릭트 마케팅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