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상 범죄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다, 호크마 포럼 박지선 교수 강연

2024-06-02     장유현 기자
​박지선 교수는 스토킹처벌법에 대해 “피해자 지원과 보호에서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안정연 사진기자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박지선 교수가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안정연 사진기자

국내 범죄심리학계 전문가 숙명여대 박지선 교수(사회심리학)가 2024 호크마 포럼(포럼)에서  ‘스토킹 사례 분석을 통한 여성대상 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를 주제로 강연을 개최했다. 강연에서 박 교수는 여성 대상 범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가해자들의 내면 불안정을 범죄 원인으로 밝혔다. 5월28일 ECC 극장에서 진행된 강연에는 280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자리를 가득 채웠다.

박 교수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연구센터 연구위원과 경찰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언론뿐만 아니라 ‘알쓸범잡’, ‘지선씨네 마인드’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범죄심리학 전문가로서 견해를 말하며 범죄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포럼은 호크마교양대학(호크마대) 재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초청 인사를 선정해 진행된다. 이번 포럼 기획에 참여한 ㄱ(호크마·24)씨는 “현대 사회에서 여성은 결코 안전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며 “여성 대학생이라면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해 배워야 하기 때문에 강연 주제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강연을 통해 사회 문제를 여성의 관점에서 재인식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박 교수를 초청 인사로 선정했다.

박 교수는 강연 시작 전에 범죄심리학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자신의 진로와 경력을 소개했다. 이어서 여성 대상 범죄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심리적 요인을 분석했다. 박 교수는 실제 스토킹 범죄에 관한 법률 위반 사례를 제시하며 범죄자의 심리적 요인으로 자아 관련 요인, 정서의 조절과 표현, 성격적 특성을 설명했다.

그는 “주변 환경 요인과 관계없이 자존감을 높게 유지할 때 자존감 안정성이 높은 것”이라며 “자존감 안정성이 낮으면 정서 조절에 취약해 대인 관계에서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서 조절과 표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부적응적 인지적 정서 조절 전략과 내면화된 수치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과 관련된 부적응적 인지적 정서 조절 전략은 자신에게 부정적이었던 사건을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비합리적인 신념을 갖거나, 자신이나 타인을 과도하게 비난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2024 호크마포럼은 ‘스토킹 사례 분석을 통한 여성대상 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됐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박지선 교수의 모습. 안정연 사진기자

박 교수는 “범죄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전략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남의 탓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내면화된 수치심을 가진 사람은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까 걱정하고 염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제할 때 상대에 집착하는 행동도 그런 두려움에서 나타난다”며 “나의 어떤 실수나 결정이 드러나기 전에 먼저 상대를 완벽하게 통제하려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범죄자의 “ 열등감, 모욕감, 굴욕감, 수치심이 상대방을 공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박 교수는 스토킹처벌법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스토킹으로 시작해 살해까지 가는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가해자의 심리적 요인에 의해 피해자가 동요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해 처벌을 강화하고자 스토킹처벌법이 개정됐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반의사불벌죄도 삭제됐다”고 덧붙였다.

박지선 교수는 스토킹처벌법에 대해 “피해자 지원과 보호에서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안정연 사진기자

박 교수는 2021년10월~2023년2월 사이의 스토킹처벌법 위반 1심 판결 현황을 보여주며 “법이 개정됐지만 스토킹 처벌은 여전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법 절차에서 진행이 안 되는 공소 기각 판결이 전체 판결 중 5건 중 1건 꼴이고, 처벌 부도도 많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아는 관계라서 피해자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스토킹처벌법에 대해서도 “2023년 7월 개정된 이후에도 실형 선고 비율이 18.7%로 적어 피해자 지원과 보호에서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의가 끝난 후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서하영(사회·22)씨는 범죄 심리학 관련 직업에서 갖춰야 하는 태도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구했다. 박 교수는 “범죄 사실을 관찰자로서 혐오의 감정을 가지고 보지 않고 직업인으로써 사명감을 가지고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연에 참여한 홍서정(심리·23)씨는 “전공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 범죄자들이 어떤 심리를 가지고 사고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주연(심리·22)씨는 “우리 사회에서 범죄 피해자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제도가 더 마련됐으면 한다"며 “특히 피해자들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의사불벌죄 :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