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전 개최, 학생들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소통하는 작품들 선보여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담아낸 동양화 작품, 관람객에게 대화를 건네며 직접 상호작용하는 섬유예술 작품 등 학생들의 다양한 개성이 담긴 작품이 조형예술관 전시장에 가득했다. 우리대학 조형예술대학에서 21일~26일 2024 이화여자대학교 창립 138주년 기념 전시 메이데이 展(메이데이전)을 진행했다. 메이데이전은 매년 조형예술대학에서 진행되는 전시로, 우리대학 창립기념일이 있는 5월을 기념해 열린다. 메이데이전에는 조형예술대학 7개 전공 3학년 학생들이 과제로 제작한 작품을 전시한다. 하나의 공통된 주제 없이도, 각자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한 작품들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양화전공 ▲동양화전공 ▲조소전공 ▲섬유예술전공 ▲패션디자인전공 일부 작품들은 6월2일까지 연장 전시하고, 다른 작품들은 공간 문제로 인해 한 주만 전시한다.
자신의 생각과 모습을 작품으로 담다
이번 메이데이전에는 자신의 감정이나 모습, 생각을 묘사한 작품들이 많았다. 조형예술관 A동 1층에 들어서면 패션디자인전공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학생들이 제작한 의상 작품과 긴 천에 학생들이 디지털 툴로 제작한 그래픽이 담긴 디지털 패션 그래픽이 1층 로비와 복도에 전시돼 있다. 전시에 참여한 김수연(패디·22)씨는 자신의 작품 ‘Hermit with Miraculous’를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하늘색의 화려한 프릴로 제작된 의상 위로 연한 붉은 색의 주름지고 부드러운 소재가 덧대어 있는 모습이다. 김수연씨는 “신선 느낌을 내려 했다”며 “누구에게나 초월적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서양적인 소재와 기법, 동양적인 색감과 이미지를 이용해 표현했다”고 말했다.
A동 1층에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동양화전공 학생들의 작품이 펼쳐진다. 동양화전공 학생들의 전시는 양쪽 벽을 따라 전시돼 있고, 다양한 소재가 사용된 1층 패션디자인전공 전시와 달리 캔버스에 그려진 작품이 대부분이다. 신지원(동양화·22)씨는 동양화전공 전시 공간 초입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감(感)’을 전시에 방문한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감’ 은 검은 장지 캔버스에 푸르스름한 색감의 추상적인 형체가 그려진 작품이다. 신씨는 “그리고자 하는 작품이 생각났을 때 스스로의 머릿속 모습을 상상하고 그 모습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동양화전공 전시를 마주보는 곳에 위치한 A동 2층 이화아트센터에서는 조소전공 학생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화아트센터에 들어서면 천장에 거꾸로 달려 바닥을 향해 내려오는 인조 식물 작품을 볼 수 있다. 안지민(조소·22)씨가 제작한 ‘숨자, 편안하도록’이다. 작품은 센서를 이용해 사람이 가까이 가면 식물이 안으로 들어가고, 사람이 멀어지면 다시 나오게 제작됐다. 안씨는 “1학년 때부터 불안과 슬픔에 대해 작업해 왔는데 이번에는 편안함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작업을 했다”며 “혼자 있을 때 가장 나답고 편안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이를작품으로 구상했다”고 말했다.
서양화전공 전시실에도 자신의 솔직한모습을 담은 작품이 있다. 서양화전공 학생들의 작품은 A동 3층에서 찾아볼 수 있다. 3층 서양화 세미나실과 복도 끝에서는 서양화과 학생들의 영상 작업도 볼 수 있다. 서양화는 다양한 매체로 작업할 수 있는 폭 넓은 분야기에 영상이나 소리를 이용한 작업물도 같이 전시돼 있다. 실기실 입구에 비치된 전시대 위 캔버스에는 다양한 선으로 이뤄진 영상이 프로젝터로 나오고 있었다. 작품은 박소이(서양화·22)씨의 ‘기록장’이다. 박씨는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매일 감정을 기록했고, 이를 라인 드로잉 애니메이션으로 기록한 작품”이라며 “하루에 느꼈던 감정 중 제일 큰 감정을 선택해 컷 애니메이션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전시 준비 과정에서 혼란스럽고 복잡한 감정을 느낀 날이 많아 여러 선이 겹치는 컷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조형예술관 B동 3층으로 이동하면 도자예술전공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전시실 중앙에 위치한 오유나(도예·22)씨의 작품은 자아를 뜻하는 영어단어 ‘ego’의 발음과 같은 ‘이고’다. 오씨는 “(‘이고’는) 밝은 모습으로 보여주는 외부와 진지한 면도 있고 여러 생각도 많은 내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외부는 화려하고 튀는 색깔로 표현했고 내부는 좀 더 어둡게 표현해 내면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작품의 외부는 둥근 형체에 파스텔 톤 색이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모습이다. 하지만 외부의 구멍을 통해 보이는 내부는 검은색이고 각진 개체로 구성돼 있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전시
관람객들이 함께 참여하며 관람할 수 있어 눈길을 끄는 작품들도 있었다. 조형예술관 A동에는 섬유예술전공 학생들의 작품이 복도 벽을 따라 이어진다. 전시실 안쪽에 있는 보랏빛 컵받침이 걸려있는 하얀 나무는 권하은(섬유예술·22)씨의 작품으로, ‘구매 후 교환, 반품, 환불이 불가합니다.’이다. 관람객이 자신의 민망했던 경험을 종이에 써서 나무에 걸면 대신 걸려있는 컵받침 작품을 가져갈 수 있다. 권씨는 “사람들 안에서 작동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관람객들이 자신의 민망한 경험으로 컵받침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조형예술관 C동 건물에는 디자인학부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4층에는 산업디자인 전공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김희준(디자인·22)씨의 산업디자인 작품, ‘&’은 관람객이 비치된 덧신을 신고 원판 위로 직접 올라가볼 수 있는 형태다. 김희준씨는 “20대 여성이 정확한 숫자로의 체중에 강박과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생각했다”며 “체중을 숫자로 알려주는 게 아니라 어림짐작할 수 있게 하는 체중계가 있으면 좋을 거 같았다“고 말했다. 김희준씨의 작품은 특정 숫자를 입력한 후 관람객이 직접 올라서면 손가락 모양이 움직여 몸무게가 그 무게를 초과하는지만 알려주는 형태다.
매년 메이데이 전시를 관람한다는 이민주(불문·20)씨는 “방문할 때마다 좋은 작품이 많아 매년 새롭게 느껴지고 학생들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이번에 스탬프 이벤트가 있어서 돌아다니면서 체험할 수 있는 전시라 좋았다”고 말했다. 김가은(커미·24)씨는 “처음 와봤는데 작품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신기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올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