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 창간 70주년 기념식] 이화학당 장명수 이사장 축사
안녕하세요. 이대학보 옛날 기자 장명수입니다. 이대학보 70주년을 축하합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학교 안 다니고 학보사 다니다가 성적이 팍 떨어져 2학기에 회복하느라고 진땀 흘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1960년부터 3년 동안 이대학보 기자로 일했는데요. 당시 이대학보 견습 기자 시험은 2학년이 되어야 응시할 수 있었는데 마침 그 해에 창립된 신문학과 1학년 입학생에게는 응시 자격을 줬기 때문에 저는 1학년 때 기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학교 신문 기자로 일하며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이대학보에서 일하면서 신문 기자가 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세우게 됐습니다.
1963년 12월 마침내 한국일보 견습기자로 입사했는데 이대학보에서 이미 기사 작성 편집 신문 제작 과정에 대해 다 배웠기 때문에 다른 입사 동기들에 비해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일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며 신나게 일하던 생각이 납니다. 기자로 일하면서 얻는 가장 큰 소득은 인간과 세상에 좀 더 깊이 접근하고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사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 소외된 사람 등을 만 날 수 있다는 것은 큰 경험입니다.
2011년 이화학당 이사장이 됐을 때 저는 학교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대학보 시절 학교 곳곳을 취재하고 김활란, 김옥길 총장님 등 여러 선생님들을 인터뷰하며 이화 정신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대학보 덕택에 저의 오늘이 있다고 생각하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대학보에서 일하는 후배들이 신문을 만드는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며 각자의 소중한 미래를 꿈꾸고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대학보는 그동안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이대학보 70주년 특집에서 이대학보 독자들의 소리를 읽었습니다. 학생들이 느끼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공론화하고 사회적 이슈들을 끌어들여 사회 공동체의 공동선을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학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사회로 나가 각 분야에서 일하는 이화 동문들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등 이대학보가 기울여온 노력을 독자들은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자들의 평가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이대학보를 읽으며 이대학보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이대학보는 대학의 기관지가 아니고 학생들의 신문입니다. 그 학생들은 이화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존중하고, 이화의 창립 정신을 존중하고, 이화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스승들과 선배들을 존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이화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합니다.
이대학보의 정체성은 이화 가치, 이화다움 안에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이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화 가치를 훼손하려는 사태와 싸워야 합니다. 안주하려는 이화인, 과거 일이라 큰 관심이 없다는 이화인, 이화는 고상하고 점잖아야 한다는 이화인들을 깨워서 같이 싸워야 합니다.
신문의 지면은 기쁨, 감동, 희망, 분노, 질책 등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이화의 가치는 역사 박물관뿐 아니라 이대학보 지면에도 살아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