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 70주년 기념식, 선후배 함께하며 기사 쓰던 그때로
“말하라 말하라 몸뚱이로 말하라, 자유 언론 쟁취 만세!”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이대학보에서 불리던 ‘학보사가’가 이삼봉홀에 울려퍼졌다. 공채가 처음 시작된 1950년대 기자 생활을 했던 6기 동문부터 2024년 1월 퇴임한 108기 동문까지 각자의 이대학보 기자 생활을 떠올리며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이대학보가 창간 7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식을 11일 오전11시 ECC B4층 이삼봉홀에서 열었다.
행사에는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 이오금 타라기후재단 한국프로그램 국장 등 동문 약 200명이 참석했고 김은미 총장, 이화학당 장명수 이사장, 역대 이대학보 주간교수가 참석했다. 기념식은 박성희 주간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의 축사로 시작됐다. 이어진 1부에서는 장 이사장, 김 총장의 축사가 이어졌고 자랑스러운 이대학보인상 시상이 진행됐다. 2부에서는 ‘도전! 이대학보 골든벨 퀴즈!’가 이어졌다. 1부 사회는 이대학보 82기 최슬기 연합뉴스경제 TV 아나운서, 2부는 99기 이수빈(커미∙22년졸)씨가 맡았다.
이대학보 7기 장 이사장은 이대학보는 ‘대학의 기관지가 아닌 학생들의 신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이화의 가치는 이대학보에 살아있어야 한다”며 “이사장이 아닌 이대학보의 선배로서 이대학보가 앞으로도 이화의 정체성을 지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랑스러운 이대학보인상은 이대학보의 정신을 실천하며 공익을 위해 힘쓰거나 뛰어난 사회적 성과를 보여 이대학보의 명예를 빛낸 동문에게 수여됐다. ▲박화숙 전 서울신문 스포츠서울편집국 부국장(이대학보 18기) ▲김은주 전 국립특수교육원장(이대학보 30기)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대학보 32기)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이대학보 37기) ▲이나리 카카오 CA협의체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대학보 43기) ▲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대표이사(이대학보 45기) ▲이오금 타라기후재단 한국프로그램 국장(이대학보 51기) ▲이지혜 오요리아시아 대표(이대학보 52기) ▲박혜진 민음사 문학편집자·문학평론가가 수상했다.
카카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장 이나리(철학∙92년졸)씨는 여성 커리어 커뮤니티 플랫폼 ‘헤이조이스’를 창업해 자랑스러운 이대학보인상을 수상했다. 이나리씨는 수상소감에서 이대학보를 “커리어의 시작점이자 ‘일하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게 해준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정체성 덕분에 기자, 기업인에서 나아가 일하는 여성과 함께할 수 있는 회사를 창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상소감을 듣고 난 14대 주간교수 최선열 명예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당시 정말 힘들었지만 뒤돌아보니 좋은 시간이었다”며 “교수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70주년 기념식은 이대학보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 소통하는 자리였다. 2부의 핵심이었던 이대학보 골든벨 퀴즈에서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이대학보의 긴 역사와 전통을 돌아볼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됐다. 퀴즈가 진행되는 동안 문제에 나온 시기를 직접 경험했던 선배들이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활판 인쇄 시기에 사용했던 용어를 묻는 문제가 나오자, 그 시기를 경험한 동문들이 손수 활자를 배치해 신문을 제작하던 과정을 설명했다. ‘학보사가’의 가사를 묻는 퀴즈에서 이종림(신방∙00년졸)씨가 노래를 선창하자 학보사가를 아는 동문들이 함께 따라부르기도 했다. 108기 나민서(커미∙21)씨는 “문제가 틀렸을 때마다 선배님들이 말씀해 주시는 것조차 ‘기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많은 학보 동문을 하나로 묶는 기자정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부와 2부에서는 이대학보 70주년 기념 영상과 현재 이대학보 기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행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70주년 기념 영상은 1960년대~2010년대 발행된 주요 기사를 취재했던 기자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시대를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로 뛰며 역사를 기록해 온 이야기에 참석자들이 눈과 귀를 집중했다. 이종림씨는 “영상의 앞부분에 사진 기자로 활동했던 때의 모습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저도 역사의 한 부분에 기여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108기 김민아(커미∙22)씨는 “과거의 기사가 데이터베이스로 남아있는 게 놀라웠고 이대학보의 정신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