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청년이 줄어든다, 위기의 독서 문화

2024-05-12     장유현 기자
출처=클립아트코리아

 

20대 청년 10명 중 약 3명이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서율, 독서량, 독서 구입량을 포함한 독서 관련 모든 지표가 하락했다. 이는 1994년 독서실태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다.

 

청년 독서량 역대 최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에 시행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43.0%이고 그중 20대의 종합 독서율은 74.5%에 그쳤다. 2021년에 시행한 직전 조사 대비 3.6% 감소한 결과다. 우리대학도 마찬가지다. 중앙도서관에서 우리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2년 재학생 1인당 도서관 대출 책 수는 5.9권이며, 2019년 대비 3.1권 감소했다. 

이대학보에서 1일~8일 우리대학 학생 101명을 대상으로 독서량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28.7%(29명)가 책을 1년에 1권 이하로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이유인 ‘책 외의 컨텐츠를 이용한다’가 43.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전연주(휴기바·20)씨는 “책 읽는 행위 자체가 일로 느껴진다” 며 “유튜브나 짧은 글로 중요한 내용만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사랑(화학·20)은 “독서 외의 다른 재밌는 콘텐츠들이 많아 책에 손이 잘 안간다”고 말했다. 서혁 교수(국어교육학과)는 “현 청년들은 책을 읽는 것보다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짧은 시간에 검색한다”며 “다양하고 새로운 정보와 여가 문화를 굳이 독서에서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20대 중 49%가 스마트폰을 여가 생활과 정보 검색 및 교육에 활용한다고 나타났다. 고려대 이숙영 교수(국어교육학과)는 “20대들은 현재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여가 시간에 굳이 독서를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합 독서율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한편, 전자책 독서율은 증가했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종이책의 독서율은 32.3%로 직전 조사 대비 8.4% 감소했으나, 전자책의 독서율은 19.4%로 직전 조사 대비 0.4% 증가해 상승세를 보였다. 일주일에 한 권 이상 책을 읽는 정영은(커미·20)씨는 책을 읽을 때 전자책으로 본다"며 “책을 들고 다니면 너무 무겁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도 ‘책 읽기’는 언제나 중요

인터넷에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에서 독서는 어떤 강점을 가질 수 있을까. 서 교수는 인지적 사고를 함양하는 차원에서 책 읽기의 강점을 설명했다. 그는 “숏폼과 짧은 글을 계속 보면 스스로 통제하며 정보를 파악하는 힘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고려대 대학원 뇌공학과에서 시행한 인터넷 중독과 인지 행동학적 특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은 ◆인지적 유연성과 합리적 의사소통 능력 저하를 유발하고,  사고 능력 역시 저하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서 교수는 “그에 반해 책을 읽을 땐 스스로 정보를 수용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 인지와 메타 인지 능력을 늘릴 수 있다”며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디지털 컨텐츠들이 책에 있는 지식의 총화를 대체할 수 없다”며 “사회적 역량 증대, 정서적 만족감 측면에서도 책을 읽는 것이 더 우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독서치료학회는 독서의 강점으로 대학생의 자아존중감과 자아정체감 확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독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대학생은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해 앞으로 전문가로서 활동할 준비를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독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독자가 독서에 흥미를 가지려면

그렇다면 비독자들이 독서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그 방법으로 독서의 일상화를 주목했다. “영화처럼 책도 주변 사람들과 감상을 공유하는 하나의 대화 소재로 생각한다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일상에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책 읽기를 자극할 만한 열혈 독자들과 독서 모임을 가지는 것도 독서를 삶의 루틴으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문현솔(사보·22)는 실제로 독서 토론 동아리 필로소피아에 들어가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가지며 도움을 얻었다. 문씨는 “(독서 모임을 가지며) 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사고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책을 읽는 과정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며 “(독서 모임을 하면) 책에 대한 흥미를 자연스레 높일 수 있어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화 추세에 대응해 다변화된 독서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정부는 2024년 4월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을 발표해 디지털 콘텐츠의 수요를 인지하고 독서 형태를 음성, 영상 등의 컨텐츠로 다변화시켜 디지털 독서 문화를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뿐만 아니라 책 추천(북 큐레이션) 및 정보 보안 등 디지털 기술 개발, 독서 모임과 크라우드펀딩 출판 플랫폼 등 디지털 독서 플랫폼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이 비독자들이 독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양대 김주혜(전기·20)씨는 “(정부의 계획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독서를 좋아하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인데 책을 이미 좋아하는 사람만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책에 대한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 서 교수는 “디지털 기반 독서는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 표절 또는 유출과 같은 저작권 문제로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아직까지 종이책에서 전자책의 변환이 전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종이책이 더 나은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며 “종이책과 디지털 콘텐츠의 강점을 활용해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합 독서율: 1년간 책을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

◆인지적 유연성: 형성된 인지 틀을 변환하여 새로운 규칙을 인지하고 변환하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