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여성이 보는 제22대 총선, 이화인의 이야기를 듣다

2024-04-07     임주영, 정휘수 기자

이대학보 1680호(2024년 4월1일자)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지역구 출마자 698명 중 40세 미만 청년 출마자는 38명이며 여성 출마자는 99명에 불과하다. 제22대 국회의 다양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이번 총선을 바라보는 20대 여성 유권자들의 민심을 파악했다. 좌담회에는 학내 자치단위 연합회 소속 하지연(커미∙19), 이혜인(문정∙20)씨와 이화교지 김태랑(지교∙21)씨, 정치외교학과 이예진(정외∙20)씨가 참석했다.

 

서로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김태랑씨, 이예진씨(왼쪽부터) 안정연 사진기자

 

무관심과 혼란의 제22대 총선

혜인: 이번 총선에 유권자들이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누가 나왔는지, 어떤 공약이 있는지 잘 모르는 분위기다. 후보자들의 논란만 많이 들리는 것 같고, 그들이 어떤 공약을 냈는지에 대해서 많이 얘기가 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진: 총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얘기가 많이 안 나왔다. 다들 크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정치 관련된 얘기가 활발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총선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관심보다는 정치판에서 오가는 후보자의 망언과 사생활 등에 대한 관심에 좀 더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이예진씨는 “사람들이 총선에 대해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연 사진기자

태랑: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총선에 대해 거의 대화를 안 한다. 하더라도 후보자가 한 자극적인 말을 공유하면서 “웃기지 않냐” 정도의 가벼운 대화다. 정치인의 망언과 같은 사건 사고 위주로 이야기를 하게 되지, 정책이나 방향성과 같은 생산적인 대화를 하진 않는다. 접할 수 있는 보도 자체가 공약이나 정책보다는 흥미와 사건 사고 위주로 질이 낮아서인지 생산적인 사안에는 관심을 갖기가 어려운 것 같다.

 

청년·여성 의제 등 다양한 담론의 부족

예진: 비례대표는 여성할당제가 있어서 절반 이상 여성 후보자가 되도록 보장되지만, 지역구 후보자를 보면 여성 참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정당에서 공천하는 과정이 문제의 원인인 것 같다. 이번에 공천된 비율만 봐도 여성은 10명 중의 한 명꼴이다. 여성이 부족하면 여성들은 그만큼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태랑: 정치권에서 ‘젠더 갈등은 여성들이 떼를 쓰는 것’ 혹은 ‘단순한 갈등 중 하나일 뿐’이라고 단정지어버린 느낌이다. 이전에는 젠더 갈등의 흐름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것 같았는데 요새는 이전처럼 아예 남성 중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 또한 오래전부터 정통적인 정치 세력으로 여겨져 뽑힐 가능성이 높은 남성 후보를 훨씬 많이 공천하는 것 같다.

지연: 게다가 후보자로 출마한 청년들이 많지 않아 청년 관련 의제가 더 드러나지 않는 상태가 된 것 같다. 지난 대선에는 청년 정치인들이 꽤 있었다. 그때는 ‘청년은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와 같은 청년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었고, 청년들도 각자 ‘나는 청년이다’란 인식이 더 강하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하지연씨는 “후보자로 출마한 청년들이 많지 않아 청년 관련 의제가 더 드러나지 않는 상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연 사진기자

태랑: 공감한다. 청년이라는 단일한 정체성으로 모이지 못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특징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다. 지금 당장의 삶이 각박해서 또래를 동반자보다는 경쟁자로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청년’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청년들이 모여 정치에 참여하는 게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정치에 참여하는 게 꼭 선거에 출마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는 주도적으로 정치적인 여론을 형성하며 청년들이 정치 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느낀다.

예진: 지난 대선 때 정당에서 어떻게 후보자를 홍보하는지 궁금해서 선거 사무소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보수 진영에서 청년을 많이 등용하지 않다 보니 진보 진영은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청년을 등용한다고 하더라. 정말 청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한 도구로서 청년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혜인: 지난 대선 이후 사람들이 정의당의 진보적인 행보에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며 거대양당과 제3당으로서 정의당이 있던 정치판이 흔들린 것 같다. 이전에는 친구들끼리 “소신투표 할 거야?”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소신투표 할 당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예진: 21대 국회 구성만 봐도 민주당이 180석, 국힘이 100석으로 양당제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소수자나 환경 관련 의제처럼 앞으로 신경 써야 할 것들에 충분한 논의가 오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 후보자 중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아 아쉽다.

김태랑씨는 “언론이 주도적으로 사람 중심의 보도를 한다기 보다는 정치권에서 사람 중심의 보도를 유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연 사진기자

태랑: 양당제가 변화될 미래를 그리기 어렵다 보니 변화를 원하는 정치인들도 거대 양당 중 하나에 입당해서 정책을 추진할 기회를 얻으려는 것 같다.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기득권의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을수록 다양한 정책이 수립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책보다는 인물 중심의 보도

향후 전공을 살려 진로 진입을 희망하는 이혜인씨는 “전공분야에 관한 정책을 검색해봤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정연 사진기자

혜인: 향후 도서관이나 출판계로 진입하고자 하기에 해당 분야와 정책과 관련한 뉴스를 보려고 검색했다. 별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더라. 정책보다는 인물 중심의 보도나 논란 중심의 보도가 많았고, 양당의 정책 기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특별히 조명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보도 행태를 보면서 언론이 총선에 대한 무관심에 견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다.

태랑: 언론이 주도적으로 사람 중심의 보도를 한다기보다는 정치권에서 사람 중심의 보도를 유도하는 것 같다. 유권자는 오락적인 내용이나 서사에 관심이 가기 마련인데, 이러한 경향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유권자에게 자극적인 정보만 전달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