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잡(job)담] 지속 가능한 미래에 기업이 앞장서도록, 롯데케미칼 환경경영팀 직원

2024-03-31     조은지 기자

편집자주 | 2030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을 비롯한 커리어 활동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해 이대학보는 사회 각지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화잡(job)담'을 연재 중이다. 이번호는 롯데 커미칼에서 일하고 있는 환경 경영자의 커리어를 다룬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며 환경문제와 사회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업의 ◆ESG 성과는 주주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많은 기업은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지속가능한 사업을 도모하며 ESG 경영 부서를 마련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ESG 경영 부문 아래 ESG팀과 환경 경영팀을 두고 있다. 2021년부터 롯데케미칼 환경경영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나현(환경∙18년졸)씨를 만났다.

 

롯데케미칼 사무실이 있는 롯데타워를 배경으로 둔 채 앉아있는 이나현씨. 그는 사진을 찍으며 “근무 중에 창문 너머로 볼 수 있던 장소에서 촬영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안정연 사진기자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맡은 업무는

2021년 1월부터 롯데케미칼 ESG 경영 부문 환경경영팀에서 일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화학석유 제조업 회사로서 글로벌 환경규제 및 ESG 기조 강화에 앞서 대응하고자 환경 경영팀을 만들었다. 환경경영팀은 회사 전체 차원에서 ESG 경영 방침에 맞춰 탄소중립, 자원선순환, 화학물질 관련 전략 수립부터 환경 규제 대응까지 다양한 업무를 진행한다. 그곳에서 제품 및 화학물질 규제 대응 및 전략 수립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화학물질을 제조하고수입할 때 환경부에 등록하고 글로벌 규제 제∙개정 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일 등이다. 정부에서 환경 정책 개정을 위해 기업의 의견을 물을 때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또한, 제품의 위해도를 줄이는 등 ESG의 가치에 부합하는 제품 생산에도움이 되고자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이 직무를 택한 계기와 입사 과정은

고등학생 때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인 등 환경 관련 직종에 관심을 갖고 환경 공학과에 진학했다. 환경 관련 직무에서 신뢰도와 전문성을 높이고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석사과정을 밟았다. 기후 연구실에서 연구하며 탄소와 온실가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전공 지식과 연구 경험을 활용하고 관심분야인 탄소, 기후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자 롯데케미칼 환경경영팀에 지원했다.

2021년 10월에 서류를 접수하고 2022년 1월 초까지 면접이 이어졌다. 롯데케미칼에서는 AI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1차로 검토해 회사에서 설정해 놓은 인재상 등의 키워드가 자기소개서에 포함돼 있는지 살펴보기 때문에 홈페이지의 인재상을 포함해 작성하는 것이 좋다. 우리대학 산학협력단 연계로 지원했던 환경인력개발원 인턴, 학부 전공과목에서 진행했던 팀 프로젝트, 대학원에서의 연구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녹여냈다.

서류심사에 통과하면 면접은 4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역량 면접에서는 약 40분간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사실인지 검증한다. 2단계는 원어민과 약 10분 동안 대화하는 영어 면접이다. 3단계는 PT 면접으로 직무와 관련된 분야를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해 약 15분 간 발표한다. 4단계에서는 약 30분간 임원 면접이 진행되며 지원자의 인성까지 총체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대학원에서 진행한 연구로 특허까지 신청한 끈기와 도전 정신을 어필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나현씨는 “직무를 수행할 때 중요한 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크다”고 답했다. 안정연 사진기자

 

환경 경영 직무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환경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문과적 성향과 이과적 성향을 두루 갖춰야 한다. 과거에는 환경과 화학 등 이공계열 전공자가 다수였지만,현재는 경영 등 문과 전공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히려 업무에서 환경 관련 법규를 다룰 때 문장을 빠르게 읽고 정확히 해석해 보고서로 풀어낼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기도 하다. 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ESG가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화사 내부 임직원 및 외부 파트너사, 정부 각 부처와 소통하며 협업을 진행한다. 또한, 국내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환경 정책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에 영어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과적 능력도 필요하다. 데이터 분석 능력도 업무에서 큰 도움이 된다. 하나의 제품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생량만 계산을 해도 엑셀 파일에 10만 행이 넘어간다. 환경 경영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대한 수천 개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해 도표와 그래프로 만들어야 한다.

 

ESG 경영 직무의 전망과 매력은

 ESG는 전망이 밝다. 그동안 기업들은 ESG 경영 활동 결과를 자율적으로 발표해 왔지만,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생겼다. 국제적으로도 ESG 경영을 더욱 빠르게 추진하고자 하는 흐름이므로 국내 기업에서도 ESG 경영을 추구할 것이고, 더 많은 담당자를 채용하게 될 것이다.

환경경영팀의 매력은 반복되는 동일한 업무가 아닌 창의적이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례가 없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해야 하기에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는 고충이 있긴 하지만,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의 기쁨이 크다. 국내 최초 제품 위해성 평가 프로젝트 수행, 파트너사 환경 세미나 등과 같이 손수 기획한 프로젝트와 사업이 기사화될 때 많은 사람에게 성과가 알려진다는 게 재밌기도 하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에 도전하며 매일을 보람차게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욱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나현씨는 “환경문제에 관한 관심을 배경으로 자신이 해온 활동을 보여줄 수 있다면 강점이 될 수 있다”며 환경 경영 직무 준비를 위한 실질적인 조언을 건넸다. 안정연 사진기자

 

환경 경영 직무를 꿈꾸는 이화인에게

이과뿐 아니라 문과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직무다. 온실가스관리기사, 대기환경기사 등 관련 국가 기술 자격증이 있다면 좋지만, 여기에는 응시 자격 제한이 있어 문과 학생은 지원하기 어렵다. 대신 민간 ESG 전문가 자격증을 딴다면 도움이 된다. 기업에 ESG 직무에 관한관심도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접 시 “일상생활에서 텀블러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며 환경을 보호했다”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환경문제에 관한 관심을 배경으로 인턴, 자격증 등 정량적으로 자신이 해온 활동을 보여줄 수 있다면 취업 과정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 환경 관련 뉴스를 꾸준히 읽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환경 문제에 관한 관심도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된다. 환경 경험 직무에 취업하고 싶다면, 문⋅이과를 불문하고 미리 환경 경영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쌓아 도전하길 바란다.

 

ESG: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과 투명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