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이화인이 원하는 국회는

2024-03-31     김수미, 조은지, 박연정 기자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10일 열린다. 이번 총선을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 254명, 비례대표 국회의원 46명이 선출된다. 이대학보는 생애 첫 투표를 앞둔 새내기부터 고학번, 성소수자, 취업준비생까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화인 7명을 만났다. 그들이 원하는 제22대 국회는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생애 첫 투표를 앞둔 박혜진씨. 그는 "제22대 국회가 민생안정을 위해 힘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연정 기자

2005년생 박혜진(철학·24)씨는 생애 첫 투표를 앞두고 고등학교 선생님이 “정치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진정한 사회인이 된 증거”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박씨에게 투표는 ‘성인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사용할 기회’다. 박씨는 경제가 안정된 국가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그는 꾸준히 오르는 배달비, 밥값 등의 가격을 비교하며 물가 상승을 체감했다. 박씨는 “국민들이 돈 때문에 걱정하는 일이 점점 늘면서 주식과 코인 등 한 방을 노리는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경제 상황이 안정돼야 국가도 더 안정된 정책을 도모할 수 있다”며 “제22대 국회가 민생 안정을 위해 힘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다연씨는 "지방과 서울의 차이 없이 청년 정책이 시행되는 국가"를 바란다. 조은지 기자

1월부터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경기도 화성시민 이다연(커미·23)씨는 “균형과 평등을 중시하는 국가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는 1년 뒤에도 현재의 집에서 살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 서울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도에 비해 서울의 청년 정책이 많아 지금이라도 전입신고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화성시민인 이씨는 서울시의 청년 정책과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술 공연, 교육 등 모든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청년 정책마저 서울 위주로 진행되는 것 같아요.” 이씨는 22대 국회에서 “서울 청년과 지방 청년 모두에게 균형 잡힌 정책을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왕복 4시간을 통학하는 공대생 강한나씨. 그는 "이번 총선을 통해 소득 수준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살 만한 국가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연정 기자

경기도에서 학교까지 왕복 4시간 통학을 하는 강한나(전자전기·20)씨는 “경기도 교통 정책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후동행카드가 새로 출시됐지만, 카드 조건에 현재 이용하고 있는 ‘광역버스’가 포함되지 않아 체감하는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인 GTX가 2027년 개통 예정이지만, 이를 강씨가 광역버스 대신 이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GTX 정차역이 멀리 생기면 결국 광역버스를 타야 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공대를 졸업하고 갈 수 있는 선택지는 대학원, 변리사, 대기업 취직 등으로 한정돼 있다”며 “빨리 졸업하고 그 선택지 안에서 빨리 취직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이 스트레스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소득 수준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살 만한 국가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큰 유영주씨. 그는 "대한민국이 청년, 중장년, 노년 모두를 보호해줄 수 있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 박연정 기자

유영주(화학신소재·22)씨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그는 R&D 예산 삭감 소식에 “진로의 선택지가 하나 줄어든 느낌”이라며 “대학원 진학에 대한 불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번 총선에서 저출생과 고령화에 관한 정책도 집중해 보고 있다. 그는 “국민들이 자책하지 않고 편안하게 출산 휴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공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22대 국회를 통해 “청년들이 걱정 없이 자신의 미래에만 집중하고 노력할 수 있는 환경과 더불어 마음 편히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튼튼한 국가”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이 청년, 중장년, 노년 모두를 보호하는, 여러 방면에서 강한 국가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ㄱ씨는 "약자들이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양성애자 ㄱ씨는 “모든 사회적 약자가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 성소수자로서 장애인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과 편견을 마주했을 때 겪는 감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제21대 국회에서 끝맺지 못한 ◆생활동반자법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생활동반자법을 통해 학대 피해 아동을 돌보는 위탁가족, 사실혼 부부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보호할 수 있는데,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혐오 발언에 묻혀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들이 성소수자가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며 “갈등을 해결하고자 고민하는 모습이라도 보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ㄱ씨는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에게도 얘기하지 못한 자신의 성 지향성을 드러내는 것에 부담을 느껴 익명 표기와 글씨 비공개를 요청했다.

최예나씨는 "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 있는 사회를 위한 정치"를 기대한다. 조은지 기자

최예나(초교·23)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전해 들은 교육 현장은 이상과 달랐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알림장 작성과 준비물 준비 등의 과제를 스스로 해내며 책임감을 배우게 하는 것은 초등교육의 목표다. 그러나 최근 그 책임이 교사에게 전가돼 교사에게 무리한 돌봄을 기대하는 등 악성 민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최씨는 “현재 교육 현장의 교권 침해는 지나친 요구로부터 교사를 지킬 수 있는 체제가 부족해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교사들을 지킬 수 있는 방침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최씨는 제22대 국회가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유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지하철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 인한 열차 지연 소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물질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타인의 어려움에 관심을 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박하늘씨. 그는 "청년들을 위한 인재 육성과 멘토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연정 기자

취업 준비에 한창인 박하늘(디자인·18)씨는 제22대 국회를 통해 상생하는 국가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공약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박씨의 아버지와 아버지 주변인들을 보며 “자영업계가 힘들고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창업에도 관심이 있는 박씨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경기로 인해 스타트업 업계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들이 혁신에 투자하고 도전하기보다는 생존과 스타트업 유지를 위해서만 애쓰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스타트업 업계가 더 도전하기 쉬운 환경이 되도록 인재 육성과 멘토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생활동반자법: 혼인·혈연·입양 관계와 상관없는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를 인정하고, 사회가 이를 법률적으로 보호하도록 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