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와 손잡고

2003-05-26     구정아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이라크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깊은 동정을 보내며 그들을 위해 정성을 모은다.

그러나 동족이라 일컫는 북한 주민의 심각한 기아상태와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정작 무관심한 우리다.

어쩌면 잘 알지 못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솔직히 얘기하면 내가 그랬다.

자원 활동을 하기 전까지 북한 인권에 대한 나의 정보는 TV에서 가끔 보는 탈북자들의 험한 인생과 꽃제비의 암울한 모습이 전부였다.

또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편의점에 있는 모금함에 동전을 넣는 것 정도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검색 사이트에서 ‘북한’이란 단어를 검색하게 됐고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탈북 청소년·아동을 대상으로 자원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자원활동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탈북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전부였다.

TV에서 본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참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두 달 동안 교육하는 기관인 하나원을 방문했을 때 만난 아이들은 오히려 남한의 아이들보다 훨씬 순수하고 단순한 놀이에도 너무 즐거워하는 ‘진짜’ 아이들이었다.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을 때 겪었을 고통과 공포 때문에 가끔 아이들이 험한 욕을 하고 낯선 사람에게 적대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점점 잘 적응해가며 마음의 문을 열어 우리를 받아줄 때 그 보람은 더 컸다.

대부분 대학생으로 이뤄진 자원활동가들은 매주 토요일 하나원을 방문한다.

우리는 하나원의 아이들이 남한 사회로 나갔을 때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놀이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데 주력한다.

새로운 문화를 접할 때마다 신기해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그래서 우리의 활동은 항상 즐겁고 웃음이 가득하다.

사실 요즘은 아이들을 위해서라기보다 내 생활의 활력을 얻기 위해 하나원에 간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아직도 많은 북한 주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 그 중에는 부모를 잃고 떠도는 아이들이 대다수다.

최근 탈북자의 남한행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그들에게 한 발 다가가 친구가 돼줄 수 있는 자원 활동가들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이에 반공 이데올로기에 갇혀있지 않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참여하면 제격이라는 생각이다.

탈북자를 돕는 일은 어렵지 않다.

내가 그랬듯 탈북 아이들에게는 언니가, 어른들에게는 편한 친구가 돼주는 것이 시작이다.

이번 여름방학에 북한인권시민연합 주최로 7월 4일(금)~6일(일) ‘탈북동포돕기 대학생 자원봉사자 대회’가 있을 예정이다.

이 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이들에게 친구로서 다가가고자 하는 이화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