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재도입된 총장 직선제, 그 배경을 돌아보다
제17대 총장 선거전의 닻이 올랐다. 2020년 11월, 앞으로 이화의 4년을 이끌 제17대 총장 후보 선거가 진행된다. 이번 선거는 본교 역사상 세 번째로 시행되는 총장 직선제다. 교수만 참여 가능했던 첫 번째 직선제와 달리, 학생과 교직원까지 참여 가능한 직선제가 2017년 첫 도입된 이후로는 두 번째다. 미래라이프대(미래대) 사태로 시작한 학내 시위부터 최경희 전(前) 총장의 사임 그리고 총장 직선제 도입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기를 지난 2017년, 이화는 상처에 새 살을 돋우기 시작했다. 이번 호에서 본지는 2017년 직선제 도입 당시 배경과 도입 과정을 돌아본다. 이를 통해 한 표, 한 표가 지닌 의미를 되새겨본다.
본교 총장 선출 제도는 2016년을 기점으로 변화를 맞았다. 2016년 미래대 사태와 최경희 전(前) 총장의 학사 비리 사건은 학내 민주화에 대한 본교 구성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화 실현 방안의 일환으로 총장 직선제 재도입 논의가 일었고, 2017년 두 번째 직선제로 김혜숙 총장이 선출됐다. 1990년 제10대 총장 선출 이후 학생을 포함해 전 구성원이 참여한 직선제는 처음이었다.
미래대는 정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평단사업)에 따라 본교가 신설하려던 단과대학으로, 최 전 총장이 시행하던 사업이다.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의 고졸재직자 또는 30세 이상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입학생을 모집할 계획이었다. 학내 구성원들은 해당 정책에 대해 ‘학위 장사’라 비판하며 2016년 7월28일부터 10월30일까지 86일 동안 본관 점거 시위를 진행했다. 그동안 최 전 총장이 정유라 부정 입학에 연루됐음이 밝혀지며 총장사퇴 요구 시위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2016년 10월19일 최 전 총장은 사임을 발표했다.
사임 이후 최 전 총장의 재임기간 2년 동안 미래대 신설계획은 물론 프라임사업, 신산업융합대학 신설 등 주요 사업과 정책 시행에 있어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과정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내 전반에서 의사소통 구조를 개선하고 민주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본지 1529호(2016년 11월14일자)에 따르면, 인터뷰에 참여한 교수, 직원, 학생들 등 이화인 14명은 간선제로 진행되는 당시 총장 선출 방식이 이화 구성원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들은 심층 인터뷰에서 총장후보추천위원회(총추위) 구성이 민주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체 교수를 대변하는 교수평의회에서는 2016년 11월18일부터 28일까지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직선제에 대한 정년계열 교원의 의견을 듣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설문조사에 참여한 412명 중 77.7%(약 320명)가 직선제를 지지했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전체교수회의에서 교수, 직원, 학생이 총장을 직접 선출하는 ‘제16대 총장후보자 선출 규정 및 절차에 관한 권고안’을 채택했다.
당시 교수평의회의 부의장이었던 임동훈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최경희 총장 사퇴 후 이뤄진 총장 선거는 학생들이 90일 가까이 농성을 해 얻어냈다는 측면에서 학생들도 함께 참여하는 방식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간선제의 한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기존 간선제는 교수, 직원, 동문이 선출한 총추위가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총장 후보가 없는 상태에선 총추위가 총장으로 누구를 선출할지 모르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총추위 선출에 표를 던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는 “누가 누구를 찍을지 알 길이 없는데 총장추천위원을 뽑는 것은 구성원들의 뜻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기존 간선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모든 교수가 직선제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 교수들은 직선제 실시로 인한 후보 중심의 교수 내 파벌 형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본지 1529호(2016년 11월14일자)에 따르면, 실제 직선제를 실시했던 대학에서 총장이 당선될 때 경쟁했던 후보와 그 지지자들을 학교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는 일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전체교수총회에선 학생들이 총장 선출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당시 교수평의회 부의장이었던 강명희 명예교수 역시 총장 자질 검증 방식으로써 직선제가 적합한지 의문을 가졌다. 그는 직선제가 인기투표 형식에 머무를까 우려했다. 강 교수는 “총장 선거에 있어 중요한 것은 총장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검증하는 것”이라며 “이화를 성장시킬 자질을 갖춘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할 수 있는지 아직도 의문”이라 덧붙였다.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직선제의 의미에 공감한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회는 권고안을 반영해 2016년 1월16일 ‘제16대 총장후보 추천에 관한 규정’(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이화의 역사상 두 번째로 직선제를 채택해, 최 전 총장 사퇴 이후 새로운 리더를 뽑는 데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첫 번째 직선제는 1990년 제10대 총장 선출 때 시행됐다. 본지 1529호(2016년 11월14일자)에 따르면, 민주화 바람이 일던 사회 분위기로 당시 직선제 투표가 도입됐다. 제10대 총장인 윤후정 전(前) 총장의 뒤를 이어 김혜숙 총장은 전체 득표율 57.3%로, 특히 학생들에게 높은 지지를 얻어 총장으로 선출됐다.
총장선거취재팀=이송현 기자 0220ken@ewhain.net
이지선 기자 jslee7217@ewhain.net
권경문 기자 k5970@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