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의 어머니, 이화에 희망의 씨앗을 심다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이 이화를 찾았다. 11월25일 오후3시 대강당에서 열린 제14회 김옥길 기념강좌에 연사로 나선 것.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Jane Goodall) 박사는 ‘희망의 씨앗’을 주제로 미래에 자연과 인간, 모든 생명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희망의 근거를 설명했다. 구달 박사는 ‘생명’, ‘여성’, ‘소외계층’ 뜻을 기리는 김옥길 기념강좌의 정신과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해 김옥길 기념강좌 운영위원의 초청을 받았다.
구달 박사의 첫 번째 희망의 씨앗은 침팬지 데이비드 그레이어드다. 1963년 아프리카에서 연구 중 발견된 데이비드의 도구 사용은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회의 통념을 깼다. “데이비드는 나뭇가지라는 도구를 이용해 흰개미 굴 속 개미를 먹고 있었어요.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데이비드는 새로운 과학 혁명의 희망이 됐어요.”
그는 아프리카에서 연구를 하던 중 동물사회가 인간사회와 비슷하다는 점도 발견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들은 서로 개성이 다르고 행복, 슬픔, 두려움 같은 모든 감정들을 갖고 있어요. 그들도 분명 생각할 줄 알고 문제를 해결해요. 결국 다른 인간과 동물들 사이에 날카로운 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구달 박사가 제시한 두 번째 희망의 씨앗은 ‘아이들’이었다. 구달 박사가 1991년 창시한 ‘뿌리와 새싹’은 청소년들이 주도해서 환경문제에 관해 토의하고 환경보호운동을 실천하는 동물, 환경 보전 운동단체다. 뿌리와 새싹은 탄자니아 고등학생 12명에서 시작해 현재는 138개국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40개팀이 있다. “어린 친구들이 기존 세대들의 머리와 마음의 끊어진 연결고리를 이어줄 것이라고 믿어요. 뿌리와 새싹은 그들이 뜻을 세우고 일을 시작할 때 어른들이 귀를 기울어주면,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세 번째 희망의 씨앗은 자연의 회복 가능성이다. 탄자니아 곰비 지역은 숲으로 울창했던 곳이었지만 주민들의 생업을 위해 주변 나무들을 모두 잘라 그 지역은 작은 섬처럼 남겨졌다. 구달 박사는 이것을 보고 지역 경제와 환경 보존을 위해 곰비 지역 주민들과 함께 ‘Take care’ 켐페인을 진행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척박한 땅에서 농사짓는 법을 가르치고 나무를 심게 한 이 캠페인의 결과로 주민들의 생활도 나아지고 나무들도 다시 살리게 됐다. “이 캠페인으로 식물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동물들뿐만 아니라 나무들도 화학신호로 대화하고 있는 것을 아시나요? 식물의 세계를 알고 된 후 그들의 경이로운 회복력을 보고 너무나 즐거웠어요.”
영국 출신의 구달 박사는 1960년, 탄자니아의 곰비 지역 침팬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침팬지에 대한 놀라운 발견으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동물행동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77년에는 ‘제인 구달 연구소(The Jane Goodall Institute)’를 세워 침팬지 및 다른 야생 동물들이 처한 실태를 알리고 서식지 보호와 처우 개선을 장려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편, 강연에 앞서 독일에서 활동 중인 박영희 작곡가의 작품 ‘생명의 나무II(Lebensbaum II)’가 성기선(관현악과)의 지휘로 초연됐다. ‘생명의 나무II’는 제인 구달의 ‘생명사랑 10계명’ 중 제2계명 ‘모든 생명을 존중하자’에 영감을 받아 음악화 된 곡이다. 이 곡은 하늘을 높은 음역대로, 땅을 낮은 음역대로 표현했으며 인간과 동물이 살아가는 공간은 중간 음악대로 표현했다.
강좌를 들은 김수민(인문·14)씨는 “강좌를 듣고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반성하게 됐다”며 “인간도 자연에 속해있는 유기적인 것으로 인식해 식물과 동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