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집에 ‘나’를 맞추면서 산다. 이미 있는 집에 몸이 들어가는 식이다. 반대로 사람을 위한 집도 있을까. 반려견과 함께 살 수 있는 주택, 홀몸 어르신 맞춤형 주택, 장애·비장애 통합주택…모두 소셜하우징 기업인 아이부키에서 설계한 사회주택이다. 공통점은 사람에 집을 맞췄다는 점이다. 아이부키의 목표는 건축을 기반으로 삶을 멋지게 디자인하는 것이다. 아이부키의 이광서 대표를 만나 ‘인간적인 건축'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공간에 가치를 담는 소셜하우징 기업 ‘아이부키'의 이광서 대표.  이자빈 사진기자
공간에 가치를 담는 소셜하우징 기업 ‘아이부키'의 이광서 대표. 이자빈 사진기자

 

공간에 가치를 담아서

이 대표가 처음부터 주거와 주택에 집중했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어린이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공간을 사용하는 창의 미술 프로젝트를 해왔다. 그러던 중 2012년 ‘와글와글 우리 동네 도서관'이라는 도서관 사업을 맡게 됐다. 이 대표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의 빈 공간들을 조사해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흔히 생각하는 조용한 도서관이 아니고 시끄러운 도서관, 그리고 뭔가 활동을 만들어 내는 도서관으로 만들어 보자는 기획이었어요." 이후 프로젝트가 관심을 받게 되면서 각종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주택 기획에도 참여했다. 그는 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서 공간이 가진 힘을 깨달았다. 그는 “처음에는 공간에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공간에 활력을 주자는 프로젝트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공간을 조성하고 공간 자체에 이야기를 담는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는 공간을 대하는 사고 체계 자체를 바꿨다. 공간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양식에 공간을 맞췄다. 공간 중에서도 주택에 집중했다. 그는 “주거는 우리 삶을 규정하는 기초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어쩌다 보니 집을 짓게 됐고 사회적으로 불꽃이 튀는 걸 보니까 ‘이거 좀 할 만하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이후로 그는 분명한 테마와 목적을 지닌 집들을 지어 왔다. 반려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캔자스대저택', 예술인 주택인 ‘그루하우스’ 등이 그 예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관찰하고 새로운 주택 수요를 발굴한 것이다.

특히 아이부키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주택을 짓는 데 집중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직접 표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주택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기가 어렵고 사회적으로 발언권이 굉장히 적죠. 그런데 이런 주택을 만들어 놓으면 그분들의 삶이 바뀌어요.” 아이부키의 첫 주택이었던 ‘보림주택’은 홀몸 어르신을 위한 집이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욕실에서의 낙상 사고를 막기 위해 미끄럼방지 타일을 사용했다. 이 대표는 주택으로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이런 주택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느낀다. 그는 “다양한 가치와 요구들이 실제로 실현되고 있느냐가 사회의 선진성을 판단하는 척도라고 생각한다"며 “수요를 주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주장까지 반영되는 사회가 선진적인 사회"라고 말했다.

 

함께 쓰는 공간이 주는 힘

이 대표는 한국의 주거 문제에도 집중했다. 가장 주목한 건 1인 가구의 증가다. 그는 “청년들, 특히 1인 세대들이 늘어나면 이들이 고립되는 사회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봤다. 기존의 가족 중심 사회에서는 많은 것들이 가족 단위에서 해결되지만 1인 가구에게는 어렵다.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취를 시작하면 몇 번 (밥을 직접) 해 먹을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안 해 먹게 되거든요. 이런 생활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면 관계에 대한 문제도 생겨요.” 직장에서는 일에 치이고 집에 와서는 잠만 자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사람 간의 관계는 삭막해진다. 이 대표는 인간관계의 침체가 사회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고 봤다. 

아이부키가 청년주택을 설계할 때 커뮤니티를 반드시 만드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는 공유 공간이 주는 안정감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공유 공간을 통해서 사람들이 만나고 내 이웃이 누군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내향적인 사람에게도 모임은 도움이 된다. “외향적인 사람이 모임에 10번 참여하고 내향적인 사람은 두세 번 참여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한 번이라도 참여하면 삶이 완전히 달라져요.” 그는 “공유 공간을 통해서 누구를 만나는지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창업을 할 수도 있고 취미가 같은 사람을 만나면 인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유 공간을 만들기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어떤 가치를 담아서 사람들을 불러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이 대표는 ‘깨진 유리창 법칙'을 예로 들었다. “누군가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한두 번은 다른 사람이 치울 수 있겠죠. 그런데 그게 계속 반복되면 너도나도 쓰레기를 버리게 되고 그럼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요.” 공유 공간이 방치되면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입주자들이 공간의 주인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게 아이부키의 중요한 지향점이다. 

입주자들을 위한 공유 공간 외에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사무실과 상가도 존재한다. 특히 아이부키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함께 만든 청년 주택인 ‘장안생활'에 위치한 ‘무아레 서점’은 공간이 지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규모가 작은 책방이지만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는 그 어느 곳보다 다양하다. 독립출판을 하는 작가들을 모아 책을 판매하고 작가와의 만남이나 독서토론회 등 단순 서점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문화적 거점이 되는 것이다. 이 대표의 바람은 이런 공간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공간이 인간의 삶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하나의 그릇으로 기능한다면 좋겠어요.” 인간다운 건축을 향한 아이부키의 여정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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