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에 꼭 맞는 월경 제품을 추천해주는 스마트 월경정보 플랫폼 ‘달채비'의 공동대표 김은하, 정주원, 김한나씨(왼쪽부터). 이희윤 기자 hannah101142@ewhain.net
여성의 몸에 꼭 맞는 월경 제품을 추천해주는 스마트 월경정보 플랫폼 ‘달채비'의 공동대표 김은하, 정주원, 김한나씨(왼쪽부터). 이희윤 기자 hannah101142@ewhain.net

 

‘돈과 시간을 들여 생리대를 시험해보지 마세요.

당신의 타입에 딱 맞는 퍼스널 생리대가 이곳에’

자신에게 꼭 맞는 생리대를 추천해주는 사이트가 있다. 16가지 월경타입별 최적의 생리대를 제안하는 플랫폼 ‘달채비(dalchaebi.com)’다. 스마트 월경정보 플랫폼 달채비를 창업한 팀 D.A.L의 김은하(환경·16)씨, 정주원(경영·14)씨, 김한나(경영·15)씨를 8월 홍대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2019학년도 1학기 <경영혁신과정보기술> 수업에서 함께 조별과제를 하며 인연을 맺었다. 팀명 D.A.L에는 월경 생활과 인식에서 혁신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목표가 담겨있다. D.A.L은 ‘여성들이여, 새로운 세상이 왔으니, 나 자신을 더 사랑하자’는 ‘Dear women, Another world has come, Love yourself’의 약자다. 그들은 여성의 몸에 최적화된 월경 제품을 추천해주는 스마트 플랫폼을 통해 여성들이 더 편하게 월경하기를 바란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해보는 조별과제 주제를 고민하던 중 월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들은 ‘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여성들은 원시적으로 월경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정씨는 “다른 산업에서는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월경 문제에서의 기술은 전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을 공유했고 솔루션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렇게 빅데이터를 사용해 개인별 맞춤 월경솔루션을 제공해주는 달채비를 구상하게 됐다.

조별과제로 프로젝트를 끝내기 아쉬웠던 그들은 LEAP 소그룹 활동, 창업공모전 등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며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활동이 진행되며 조별과제를 함께한 6명 중 창업에 진지하게 도전하고 싶은 이들 3명만이 남았다.

이들은 본격적인 창업을 시작하기 전 미래혁신센터의 LEAP 소그룹 활동 지원을 받아 월경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김은하씨는 “달채비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생리대에 대한 리뷰데이터를 모아 이 플랫폼이 실효성이 있는지, 소비자들에게 수요가 있는지 탐색해봤다”고 전했다.

리뷰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후기가 필요했다.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이들은 직접 발로 뛰었다. 생리대 기업에 일일이 메일을 보내 협찬을 요청했다. 화장실에 홍보지를 붙이며 리뷰단을 모았고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 협찬받은 생리대를 나눠줬다. 그 후 사용 후기를 받고 어떤 기준으로 생리대를 선택하는지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데이터를 쌓았다.

이렇게 모은 후기들을 이용해 11월 학생문화관 소극장 앞에서 월경박람회를 개최했다. ‘월경량’, ‘활동량’, ‘월경 질환’, ‘와이존(Y존) 민감도’라는 4개의 기준으로 만든 16가지 월경타입을 소개하고 월경에 대한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해보는 토크콘서트도 열었다.

하루 동안 열린 월경박람회에 약 250명이 방문하며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월경플랫폼에 대한 수요는 증명됐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 앱 개발 비용 등이 필요했다. 학생 신분으로 자본금이 없던 그들은 국가와 기업에서 주최하는 창업지원사업에 최대한 많이 지원했다. 매일 오전10시 K스타트업(k-startup.go.kr) 페이지에 들어가 새로 뜬 지원사업을 확인하는 게 일과였다고 한다.

다만 너무 많은 공모전에 지원해 곤란했던 적도 있었다. 김은하씨는 “중복수혜가 불가능해 더 좋은 지원을 해주는 사업을 놓칠뻔한 적이 있다”며 “많이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건과 시기에 잘 맞게 선별해 지원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교수부터 스타트업 대표, 본교 기업가 센터의 멘토들까지 많은 자문위원의 도움도 받았다. 김은하씨는 “정말 시시때때로 전화해 모르는 건 다 여쭤봤다”며 “판단하기 어려운 결정도 많고 대학생 대상 사업에서 사기를 당할 위험도 크기에 많이 물어보는 게 좋다”고 전했다.

캡쳐=달채비 홈페이지
캡쳐=달채비 홈페이지

여러 공모전에 당선돼 창업 자본금을 마련할 수 있었던 그들은 본격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해 5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식 애플리케이션은 11월~12월 사이에 출시될 예정이다. 정씨는 “이화 안에서 학교 사람들과 시작한 사업이기에 이화인에게 많은 피드백을 받고 싶다”며 “많은 벗이 써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한나씨는 본교 학생들에게 창업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건넸다.

“물론 창업이 어렵고 할 것도 많은 일이지만 다른 일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풀고 싶은 문제가 있고 그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 있다면, 하나의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베타 서비스: 프로그램이나 게임 등의 본격적인 상용화 서비스 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시범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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