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서도 성차별이 일어나고 있다

담배를 문 여성 아바타, 매니큐어를 바른 남성 미니미는 왜 없을까. 최근 아바타와 미니미에도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회원소모임 여성주의인권위원회는 지난 9월17일∼9월23일 싸이월드(Cyworld)의 미니미, 다음(Daum)과 핫메일(Hotmail)의 아바타를 모니터링 해 지금까지 꾸준히 ‘아바타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여성 아바타와 미니미는 남성의 그것과 상당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싸이월드의 미니미와 다음의 아바타는 가입자의 성별에 따라 모델 형태가 달라지는데, 이때 남녀의 자세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싸이월드의 경우, 남성 미니미는 모두 정면을 향해 반듯하게 서서 발을 밖으로 뻗고 있다. 이는 여성 미니미가 안쪽으로 발을 모은 자세를 취한 것에 비해 당당해 보인다. 다음의 여성 아바타도 싸이월드와 마찬가지로 허벅지를 붙이고 발끝을 안쪽으로 모은 자세로, 다소곳한 여성을 연상시킨다.

남녀 구분에 있어 외모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위원회가 발표한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미니미는 주로 올림머리나 긴 머리를 하고 있으며 남성 미니미에게는 짧은 머리 스타일을 많이 제공하는 등 남녀의 머리스타일이 현실과 달리 고정화된 성별 이미지를 제공한다고 꼬집었다. 또 여성 아바타는 바지보다 짧은 치마로 섹시함을 강조하는 의상이 많고 노출이 심하다고 전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바타와 미니미의 형태나 외모가 전형적인 남성상과 여성상을 반영해, 성정체성이 다르거나 남성성·여성성 구분을 엄격히 하는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이 되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컨텐츠 연구가 정기도씨는 「나, 아바타 그리고 가상세계」란 책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은 고정된 인격이나 자아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변신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며, 그 영향이 현실에 반영되기도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라도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자유롭게 드러낸 ‘또 다른 나’, ‘또 다른 아바타’를 선택할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바타·미니미 디자인 관련 분야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의 한 관계자는 “10월 이후에도 재조사했지만 달라진 점이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넥슨(주) 캐릭터 디자이너 우나영씨는 “관련 분야 종사자들도 크게 신경쓰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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