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시집살이를 개집살이라 했던가. 내게는 시집살이에 버금가는 ‘학보사살이’가 있다. 시집살이는 아직 못해봐서 잘 모르겠다만 ‘학보사살이’도 많많치 않을걸?

시집살이가 벙어리 삼년에 귀머거리 삼년이라 했던가.
‘학보사살이’에서 벙어리+귀머거리는 필요없는 사람이다.
매일 아침 정문에서 들려오는 선전전 소리부터 옆의 이화인들이 수다떠는 소리까지 챙겨들을 수 있는 소머즈의 귀와, 할 말 많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수다쟁이를 원하는 곳이 바로 학보사다.

감기에 걸려서 코 찔찔거리고.
수업에 지각하지 않으려고, 또는 취재원과 시간 약속을 지키려고 택시 타느라 길 위에 뿌린 돈이 수 억.
같은 약속을 3번 이상 깨버리니 들려오는 친구들의 원망과 아우성. 이를 애써 외면하느라 얼굴엔 철판이.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날 얼굴도 못 보고 밤새워 기사를 써야 하는 무심함.
쉴 틈없이 쏟아지는 팀플과 레포트의 압박.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 앉아 시간가는 줄 몰랐던 친구들과의 수다를 그리워 할 여유도 없이 밀려드는 기사.

금요일 밤,
기사를 쓰다 말고 수습일기를 쓰고 있는 나를 돌아보니 괜시리 처량해진다.
하지만 ‘정신없는 11월이 이렇게 가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하는 기대에 오늘도 거북목을 하고 맥 앞에 앉아있다. 친구들과의 수다는 다음 주말로 미뤄두고 오늘도 ‘학보사살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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