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5호… ‘짬밥이 1년’이라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나를 채찍으로 호되게 후려친 마감이었다.

12일 금요일 5시.
다른 기자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고 있었다. 때마침 울리는 전화벨. 기사에 필요한 자료를 부탁드린 교수님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는 대학원생이었다.
“혹시 저희 교수님이 오늘 저녁까지 자료 드린다고 하셨나요?”
“네, 그런데요”
“아~ 근데 어쩌죠? 교수님께서 오후부터 연락이 두절되셔서요. 그거 알려드리려고 전화드렸어요”
“네에~~?”

연…락…두…절… 취재원이 잠적했다고?
그렇다면 12면 탑기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자료는 어떻게 되는 거지?
눈 앞이 캄캄, 가슴이 철렁,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날은 수요일도, 목요일도 아닌 금요일! 마감날 저녁이었다. 내 기사 자리가 뻥 뚫린 채 배포된 신문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급한 마음에 교수님께 계속 전화를 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5시30분.
“언니, 어떡해요~”
울먹울먹거리며 부장언니께 이 사실을 알렸고 우리 부서는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될만한 취재원은 샅샅이 뒤지고 뒤져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저녁 시간이라 이미 다 퇴근했을 터, 전화를 받는 사람은 단 한 분도 없었다.
학보사 전화기를 붙들고 주구장창 전화를 돌리는데 한 교수님 연구실에서 자동응답기가 돌아갔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휴대폰 번호… ‘후아~ 난 살았다!’
교수님께 사정을 설명하고 시간의 촉박함을 백만번 사과드렸다. 외출 중이기 때문에 귀가한 후 메일로 자료를 주시겠다는 교수님 말씀에 쿵쾅쿵쾅 요동치던 나의 가슴은 비로소 진정될 수 있었다.

9시30분.
문자가 왔다. ‘지금 자료 보냈으니 확인하세요’
두둥! 원래 부탁드렸던 교수님이었다. 회의 중이라서 전화를 받을 수 없으셨단다. 결론적으로 난 괜히 4시간30분을 오바했다. 교수님이 회의 중이셨던 것을 모르고 걱정해줬던 대학원생의 친절한 배려(?)로 괜한 십년 감수를 했던 것이다.

원래 컨택했었던 취재원의 자료, 새로 컨택한 취재원의 자료, 이 두 가지를 쥐고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기분이 참 묘했다. 결론은 하나다. 학보사는 되는 일도, 그렇다고 안 되는 일도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 금요일, 토요일 별별일이 다 일어나도 월요일 아침에는 반드시 신문이 나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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