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생크림 위에 장미꽃을 얹어 놓은 촌스러운 케이크의 시대는 갔다. 드레스를 입은 공주모양의 케이크, 집이나 자동차 모양의 케이크 등 맛과 더불어 눈이 즐거워지는 케이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화려하고도 달콤한 케이크를 만드는 파티셰 김태왕(46)씨를 만나기 위해 학교 앞 까페 ‘PERA’ 를 찾았다.

-파티셰가 된 계기는.
케이크와 차에 관심이 많아 공인자격증을 취득하고 조선호텔에서 일했다. 당시는 우리나라에 케이크·커피 전문점이 들어서기 전이라 수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는 다방이 유일했다. 그러나 케이크 문화가 발달한 일본과 유럽을 돌아다니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파티셰 일을 시작하게 됐다.

-파티셰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제빵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드리에르 케이크젼에서 1년 반 동안 교육을 받았다. 설거지부터 시작해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웠다. 주말에는 다른 가게에서 케이크를 사먹어가며 요리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일본은 장인정신이 투철해 기술 전수에 엄격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는 등 직장 문화가 한국과 달라, 처음에는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또 그렇게 힘들게 배워온 기술로 우리나라에 돌아와 케이크를 만들었지만 우유 농도·밀가루 등이 달라 똑같은 맛이 나지 않았다. 원하는 맛을 얻기 위해 2~3년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연습했다.

-파티셰로서의 생활은 어떠한가.
평소 새벽6시에 일어나 케이크를 굽는데, 매일 아침 도착하는 과일의 당도에 따라 그날의 요리법이 달라진다. 1년에 한 두번은 일본에 가서 제빵기술을 배워온다. 최근 일본 시부야에 유명한 케이크점을 모은 ‘케이크 프라자’가 문을 열었다고 해 이달 말에 다녀올 계획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점에서 만들어지는 케이크와의 차별성은.
떡도 메로 쳐서 만든 것이 더 맛있다고, 손으로 직접 만든 수제 케이크가 당연히 맛이 더 좋을 것이다. 기계로 찍어낸 똑같은 음식이 정성을 다해 만든 것을 따라 갈 순 없다. 나는 새로운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데코레이션과 맛 개발에 끊임없이 노력하며 고정된 메뉴만이 있는 체인점 케이크와의 차별성을 추구한다.

-파티셰로서 힘든 점은.
여름에 200도의 온도에서 케이크를 굽다보면 땀으로 범벅이 되곤 한다. 불 앞에서 요리하다 화상을 입는 일도 다반사고 무거운 밀가루를 반죽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힘들다. 무엇보다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을 때 파티셰로서 가장 괴롭다.

-우리나라의 케이크·차 문화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10여년 전 보다는 케이크·차 문화가 발달한 것이 사실이다. 일본에는 동양제과학교처럼 파티셰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전문적인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파티셰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먼저,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억지로 만든 음식의 맛이 좋을 순 없다. 그 다음으로 끈기와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데 이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비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물 한방울, 과일 한 조각도 최상의 품질을 써야 최고의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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