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인 움직임 분석가(Certified Movement Analyst,CMA)·움직임 표기법 전문가(Certification of Movement Notation)란 직업이 여러분들 대부분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겁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몸짓의 구조와 특질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죠. ‘무엇을, 어떻게, 어디로, 어떤 의도를 갖고 움직이는가?’를 고려해 사람마다의 적절한 의사소통과 표현 방법·환경에 대한 신체의 부적응 등을 찾아내는 것이 이들의 활동입니다.

인간은 몸짓기호를 통해 상징적으로 말을 합니다. 1989년 D.Lewis는 인간이 비언어적 몸짓, 즉 말이 아닌 것(93%)을 말(7%)보다 많이 이용해 효과적으로 의사소통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영어의 경우 단어와 문법체계를 모르면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죠. 하지만 움직임으로 이뤄진 ‘몸짓 구문’은 보편적으로 퍼져있는 것이 대부분이라 어느 곳의 사람이든 이해할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긍정을 뜻하고, 고개를 젓는 것은 부정을 의미하죠. 또 몸짓이 심하게 굳어 있으면 마치 화가 난 것처럼 느껴지고, 부드럽게 들뜬 몸짓은 즐거움을 나타냅니다.

저는 이렇게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축적돼 온 인간의 자연스럽고 재밌는 ‘몸짓’을 문화인류학적 관점으로 분석해 왔습니다. 특히 전 세계의 무용 문화를 서양의 시각으로 봤던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각 문화 속 춤의 고유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찾는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의 초기 작업으로 영화·연극에 등장하는 배우 그리고 정치인들의 몸짓을 분석하거나 그림과 조각·시와 음악에서 상징으로 드러나는 작품의 의미를 찾곤 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몸짓의 특성과 예술적 움직임을 간단한 움직임 기호로 기록하고 새로운 몸짓을 창조하는 기초안을 제시하죠.

배우의 연기력·정치인들의 이미지 관리법이나 신체 부적응 교정·면접 대상자의 적절한 의사표현 방법은 이렇게 몸짓을 관찰하고 분석·기록한 결과 나온 것들입니다. 이 외에도 무용수의 표현 기술 향상 및 안무가의 표현적 몸짓 창조 등이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훈련을 통해 이뤄질 수 있지요.

과연 이화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몸짓을 갖고 있는지, 이화의 몸짓이 한국 여성의 대표적 몸짓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또 이화인들이 미래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각 환경에 맞는 자연스러운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능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요. 이런 주제도 연구의 한 분야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필자인터뷰

국제 공인 움직임 분석가인 신상미 교수(무용 전공)는 움직임 표기법 전문가이기도 하다. 분석학·기록학·인류학 등 다양한 연구 방법을 통해 무용학을 연구해왔다. 그는 “무용 분석학을 통해 움직임을 분석한 뒤, 기록하고 연구하는 무용 기록학 과정을 거친다”고 자신의 주요 연구 방법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용 인류학은 인류학적 관점을 통해 무용의 역사와 특징을 파악하는 학문”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이 강연하고 있는 ‘무용의 이해와 감상’과목을 통해 몸짓과 문화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신상미 교수는 “균형있는 이성과 감성을 통해 자신의 전공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현재 그는 체육학부장·무용과장·한국무용기록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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