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어려워 교수·학생 강의 회피, mp3 파일·대화방 등 활용해야

저녁 무렵이 되면 강의실에 삼삼오오 모여 동영상 강의를 보고 있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사이버 강의를 접하는 것이 익숙해진 요즘 세대, 다양한 교과목 및 외국어 등의 학습을 온라인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아직 오프라인과의 연계성을 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번 기획에선 그 실태를 알아본다. <편집자>

 

지난 2000년부터 정보 통신을 이용한 새로운 교육 형태인 ‘e-러닝’이 정부가 평생 교육 차원에서 설립한 사이버대학과 일반 대학들이 개설하고 있는 온라인 강의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사이버대학은 수업 뿐 아니라 시험 및 과제 제출 등 모든 활동이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온라인 상에서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이버대학은 비디오·교수가 직접 촬영한 수업 자료·인터넷 사이트 등 특색있는 강의 자료를 바탕으로 운용돼 왔다.

하지만 사이버대학 교육이 실시된 지 5년 째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작 단계부터 지적됐던 문제들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현재 사이버대학의 신입생 등록률은 매년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17개 대학 중 5개교를 제외하면 등록률이 정원의 절반을 채우지 못한다. 외형적인 성장에 비해 사회적 인식과 내실이 부족한 것이 그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교육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선할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오프라인 대학과 달리 시설 확장 등으로 학생을 유지할 수 없어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대학 교무처 서인호씨는 “온라인이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웹 페이지나 수업의 질 향상 등 학생 편의 제도를 확충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학교는 경북대·경희대·한양대 등 10개 대학과 ‘한국가상캠퍼스(www.kvc.ac.kr)’를 만들어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2004년 2학기 전체 개설 강좌가 70여 개, 우리 학교에서 개설한 강좌는 7개에 그치는 등 OCU 컨소시엄에 비해 활동이 미미하다. 우리 학교 멀티미디어교육원 김수정 연구원은 “온라인 상에서 학생들을 관리하기가 힘들어 교수들도 온라인 강의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희사이버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했던 우리 학교 남궁곤 교수(정치외교학 전공)는 강의를 할 때 학생들이 앞에 없어 답답하고, 파일을 열기만 하면 출석 체크가 되기 때문에 제대로 듣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았다. 그는 “실제로 수업을 하면 학생들의 반응을 파악해 그때그때 적절한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지만 온라인 강의는 그 점에 있어서도 취약하다”고 전했다. 온라인 강의를 들었던 우리 학교 송지혜(영문·3)씨는 “혼자 듣기 때문에 강의 시간이 길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도중에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이버캠퍼스와 온라인 강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통해 온라인 학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우리 학교 ‘전자정보의 관리’ 강의의 수강생들은 사이버캠퍼스 상의 토론방에 모여 강의와 연관된 한 주제에 대해 교수와 함께 토론을 벌이는 등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소통한다. 또 지난 학기 서을오 교수(법학 전공)의 ‘시민생활과 법’ 강의에서는 학생들의 솔직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익명 게시판 제도를 활용했다. 사이버캠퍼스를 활용하는 대부분의 강의들이 강의록 등의 자료를 받거나 한 학기에 몇 번 게시물 올리기 등 형식적으로 게시판을 사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성균관대는 전교생이 도서관 자료·정보 검색과 관련한 내용의 온라인 강의를 필수적으로 듣도록 했다. 오프라인 상으로 하면 학생 수용 공간과 담당 교수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양 교육 목적의 강의를 온라인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영어 학습 업체인 YBM시사닷컴(www.ybmsisa.com)은 아이리버와 어학컨텐츠 독점공급계약을 맺어 수강생들에게 토익·영어회화 등의 강의를 mp3 파일 형태로 제공하기도 한다.

남궁곤 교수는 “오프라인의 장점과 결합시켜야 첨단 기술 시대에 맞는 온라인 학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2주는 사이버 강의를 듣고 2주는 오프라인으로 교수와 학생이 직접 만나 질문하고 토론하는 등 보완적인 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보조를 받아 우리 학교가 위탁 운영하는 ‘사이버 문화 콘텐츠 아카데미’의 경우도 강좌는 100%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오리엔테이션과 정기적인 특강은 오프라인에서 열려 온·오프라인 간 적절한 병행이 이뤄지고 있다. 강의 주제에 맞는 전문가를 초빙해 교수와 대담을 하거나, 조모임에서 직접 촬영·제작한 시청각 자료 등을 모아 온라인에서 활용하는 등 다각도적인 시도도 필요하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기계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학생의 입맛에 맞는 컨텐츠와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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