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The Last Emperor/ 미국 / 1987년 / 219분

 <1900년>이 흥행에서 참패한 베르톨루치는 동양으로 눈을 돌려 할리우드 자본으로 그의 ‘동방원정’ 첫 작품인 <마지막 황제>를 제작한다. 중국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아신자로 부의의 자서전<황제에서 시민으로>를 바탕으로 소용돌이치는 중국 근대사 안에서 세 살 때 황제가 되었으나 말년에는 북경의 정원사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황제의 운명을 서유럽인의 시각으로 그려냈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나는 중국 전체 인민들의 이야기가 아닌 한 인간에 대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연출론을 밝혔지만 그는 부의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 차갑게 묘사하고 있다. 부의는 관객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고 베르톨루치는 그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부의의 눈빛에서 우리는 분노를 읽을 수 없다. 역사에 의해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의 운명을 걸으면서도 부의의 감정은 분노보다 체념에 가깝다. 이렇게 베르톨루치는 부의의 몰락을 일종의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70여년의 중국현대사를 담고자 했던 베르톨루치는 역사의 본질에 들어서지 못하고 결국 오리엔탈리즘의 벽을 넘지 못한다. 중국현지 촬영과 중국인 캐스팅으로 그 한계를 넘으려 했지만 엑조티즘와 신비주의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중국인들이 영어를 말한다는 것도 이국적인 정취를 반감시키는 요소이다. 

 화려한 의상과 수만 명의 엑스트라, 중국 자금성 로케이션에 수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자하여 웅장한 스케일을 만들어 내었으며, 이 영화로 제 60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포함한 9개 부문 수상하는 등 그의 명성을 세계에 알리게 되었지만 그 동안 추구했던 주제의식을 상실한 채 후에 계속 오리엔탈리즘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면서 그의 영화중에서 최고 혹은 최악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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