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1900  / 이탈리아 / 1976년 / 245분

감독들에게는 ‘만들 수밖에 없는 영화’와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다. 전자는 자본의 필요에 의해서 혹은 그와 비슷한 물질적인 이유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후자는 감독이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 사용하고 싶었던 표현들을 쏟아내기 때문에 진정한 감독의 색깔을 알 수 있다. 영화 <1900년>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에게 후자의 영화이다. 평소 감독이 진실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이상, 꿈들을 영화 속에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지주와 소작인이라는 두 계급의 동갑내기 친구들의 삶을 통해 이탈리아 현대사, 그 중에서도 가장 뼈아픈 파시즘의 기억을 해부한다. 물론, 지주의 아들과 그 주변인물은 파시즘의 철저한 동반 혹은 동조자로, 소작인의 아들은 그 파시즘에 저항하여 평등 사회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사회주의자로 묘사된다. 또한 지주 아들의 부인을 전형적인 부르주아 자유주의자로 설정하여, 그 세 인물을 통해 한 세대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전형적인 인물 설정은 2차대전의 시작과 끝 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그때까지 혁명을 믿었던 감독의 사회 변혁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시대는 변했지만 여전히 계층 간의 갈등이 팽배했던 동시대 이탈리아 사회를 비판하는 것으로,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감독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과 평단 모두 공히 감독의 역작 이라 평가하는 이 영화는 자국인 이탈리아에서 흥행에 참패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는 편집되는 수모까지 당하며 감독에게 많은 상처를 안겼다. 결과적으로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베르톨루치는 이탈리아를 떠나 영화를 만들게 되었고, 그 후 긴 방황의 시기를 겪는다. 한 마디로 그의 생애의 역작은 방황의 계기를 제공한 작품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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