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Il Conformista / 이탈리아 / 1970년 /112분 

1960~70년대에 베르톨루치는 일관되게 성의 문제를 정치적 주제와 연결시키는 영화들을 만들었는데, <순응자> 역시 이러한 경향성을 볼 수 있다. 성과 정치라는 상이한 두 영역은 지배와 피지배, 억압과 해방, 순응과 저항 사이의 긴장관계를 공유고 있으며, <순응자>에서이 관계를 예리하게 포착한 베르톨루치는 30세의 나이에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순응자>는 베르톨루치의 영화중 가장 현기증 나는 스타일의 영화라고 평가받는다. 마치 거미줄처럼 조각조각 얽혀 있는 시간구성은 한 개인에게 달라붙어 있는 강박관념이 어떻게 잘못된 행동을 이끄는가를 보여주는 형식의 모범이다.

그리고 <순응자>가 거대 자본영화사인 파라마운트사와 손잡고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마르첼로의 스승 콰드리 교수는 베르톨루치의 스승 고다르로 해석되기도 한다.(콰드리와 고다르는 발음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콰드리의 파리 집 주소와 전화번호는 실제로 고다르 것이라고 한다) 베르톨루치는 누벨바그의 기수 고다르를 숭배하여 영화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순수열성공산주의자인 그에게서 사상적으로도 영향을 받았었다. 하지만 68‘혁명의 패배로 인해 공산주의에 회의감을 느낀 베르톨루치는 고다르와 결별하고, 영화 속에서 마르첼로는 콰드리를 암살한다.

 해방으로 파시즘체제가 무너지자, 마르첼로는 스스로 창살 안에 들어간다. 마르첼로의 미친 아버지는 거창한 명제를 외치면서 발작하다가 감금복에 스스로를 가둔다. 마르첼로의 아들은 높은 틀이 있는 요람에서 잠든다. 순응은 그저 나약한 행동이 아니라, 어쩌면 스스로를 광기 속에 감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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