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대화는 ‘기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기린은 큰 키와 심장을 가지고 있죠. 대화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넓은 마음(큰 심장)과 전체를 보는 시야(큰 키)입니다”

지난 5일(금) 오전8시 우리 학교 기숙사 한우리집에서 출국 직전의 캐서린 한씨를 만났다. 미국 비폭력대화협회 NVC위원인 그는 번역서 ‘비폭력 대화법’을 출간한 바 있으며, 지난 학기까지 우리 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강의했다.

캐서린 한씨가 비폭력 대화법을 알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다. 그는 “미국에서 사귄 남자 친구와의 말다툼이 비폭력 대화와의 만남을 주선해 준 셈”이라고 말한다. 남자친구 문제로 만난 상담원이 때마침 비폭력 대화 센터를 설립한 마셜 로젠버그 박사의 강연을 추천해 준 것이다. 비록 그 남자친구와는 헤어졌지만, 새로운 대화법을 공부하며 기쁨을 느꼈고, 그 후 자격증을 따 교육자로 활동하게 되는 출발점이 됐다.

비폭력 대화란 상대를 비판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대화 기술이다. 상대방의 비난에 적대감을 느끼지 않는 것도 포함한다. “너무 거창해 보여도 4가지만 알면 누구나 비폭력 대화를 실천할 수 있어요”라는 그는 상대방에 대한 관찰·느낌·필요·부탁을 설명했다. 이는 ‘관찰’을 할 때는 있는 그대로 해야 하며, 상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느낌’을 전하고,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그 ‘필요’를 파악하는 것이다. 또한 ‘부탁’을 할 때는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캐서린 한씨는 이 4가지 요소 중 한국인에게는 특히 ‘구체적인 부탁’이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예를 들어 #아내가 남편에게 “애들이랑 좀 놀아줘요”라고 하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부탁을 할 때는 “집에 들어오면 밥 먹기 전에 30분 씩이라도 애들이랑 놀아줘요”라는 식으로 구체적이여야 상대방으로 부터 피드백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그는 대학생들도 구체적인 표현에 약하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화캠퍼스를 걸어다니며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의 하나가 ‘짜증난다’아니면 ‘열 받는다’였다는 것이다. 화가 나는 감정을 이 두 가지 표현으로 일축하는 현상에 대해 “요즘 대학생들은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법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한씨는 이러한 대학생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긍정적 변화를 주고자 기숙사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자연스럽게 비폭력 대화법을 소개했다. 처음엔 부모님께 고마움을 전할 때도 단순히 “고마워요”라고만 말하던 아이들이 비폭력 대화법을 배우고 나서는 “그 때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보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와 같이 구체적인 상황을 들면서 말을 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비폭력대화법은 청소년 상담을 하는데도 유용하게 쓰인다”며 “젊은이들에게 비폭력 대화법을 알려서 재미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싶어요”라고 자신의 계획을 밝힌 한씨는 NVC위원회의를 마치고 내년 2월에 귀국, 봄학기부터 다시 평생교육원에서 강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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