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스피치학원을 찾아서

제법 날씨가 쌀쌀한 11일(목) 오후7시,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한 스피치 학원을 찾았다.

강의실 복도까지 ‘아에이오우’라 말하는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곧‘가나다라마바사’합창이 이어진다. 이는 강의 전 목을 푸는 방법이다. 이 곳에는 대화의 유창성 강화·사투리 교정·면접을 위한 프리젠테이션 준비·이미지 연출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이 중 수강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다는 ‘파워 스피치 과정’ 강의실로 들어가 봤다. 강의가 진행되는 10평 남짓한 교실에는 30여명의 사람들로 가득찼다. 대학생도 6~7명 눈에 띈다.

오늘의 수업은 ‘강제 매칭 기법’과 ‘핵심 자극 기법’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자신의 매력 3가지를 발표하는 것이다. 강제 매칭 기법은 일종의 과장법으로 스스로 자신의 외모가 부족하다 생각돼도 ‘나는 예쁘다’고 강제로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이는 말하기에 긴장을 느끼는 사람에게 담력과 여유로움을 가져다 주며 유머로 인해 딱딱한 대화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민영욱 원장은 “핵심 자극 기법은 상대에게 자극을 줘 오기를 발동시키는 방법”이라고 설명한 후 즉석에서 응용해 봤다. 자신의 매력을 생각하는 여 수강생에게 “매력이 없으시군요”라고 말한 것이다. 이 학생은 바로 “그건 아니죠”라며 반박해 강의실에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서 3분 발표가 진행되자 사람들은 강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재에 발표자가 한 말을 열심히 필기했다. 상대의 말을 잘 들음으로써 여러 가지 화법을 익히게 되고, 기회가 왔을 때 눈 여겨봤던 화법을 써먹는 것도 하나의 훈련이기 때문이다.

3분 발표 시간에는 약간 목소리를 떨며 한 곳만 응시해 시선 처리가 불안한 사람, 혹시 잊을까봐 손바닥에 자신의 매력을 적어 컨닝하며 말하는 사람 등 소극적인 유형과 마치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사람처럼 여유로움이 넘치는 적극적인 유형 등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번 달 처음 등록한 동국대 박소영(신문방송·4)씨는 “처음에 훈련할 때는 조금 어색했는데,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니 점차 익숙해지더라”고 말했다. 수강생들의 솔직담백한 매력 이야기를 하나 둘 씩 들은 후 이어지는 우뢰같은 박수 소리. 다소 경직된 처음 분위기와는 달리 어느새 화기애애한 ‘동호회’분위기다.

학원 전체 수강생의 15%정도가 대학생이며 이들은 대부분 취업을 대비한 면접 준비로 학원을 찾는다. 대학생의 말하기 능력에 대해 민영욱 원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비해 전달하는 측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면접 준비로 등록해 말하기 자체에 흥미를 느껴 3개월 째 수강중인 중앙대 정천석(법·3)씨는 “이젠 학교 수업시간에도 교수님 질문에 제일 먼저 답할 정도로 말하기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친구들도 변한 내 모습에 신기해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제부터 나의 매력을 찾고 만들어 나갈 것이다!”라는 구호를 다함께 외치며 2시간의 수업은 끝이 났다. 강의를 마치자 윤소진(서울시 송파구·19)씨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다음 주에 수능을 보는 수험생이기 때문이다. 작게는 정시 면접을 위해, 크게는 대학에서의 발표 수업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원을 찾았다는 고3 수험생의 말을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말하기 능력’의 부담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라면 일주일에 4시간, 한 달에 15~20만원 쯤 투자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다는 수강생들. 바야흐로 말 한마디에도 금쪽같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시대다. 해 진 저녁, 오늘도 이들은 말하기 ‘달인’이 되기 위해‘학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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