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영역 확대돼 '온라인 전용 관계' 등 부작용 발생 우려도

무전기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동감’에서 각각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두 남녀의 생활은 판이하게 다르다. 1979년의 여자에게는 유선전화가 최신식 통신 수단이지만, 2000년의 남자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처음 무전 연락이 되던 날 그들의 대화는 두 시대상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전 연락이 처음이라는 여자에게 남자는 “무전도 자주 하다보면 PC통신보다 쉬워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PC통신이 뭔지 모르는 여자는 도무지 남자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1979년과 2000년의 모습을 다르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은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 매체의 발달이다. 이는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을 확장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동아방송대 신현아(방송기술·2)씨는 자신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덕을 보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고 말한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다른 사람과 쉽사리 친해지지 못하는 것이 늘 고민이었던 그가 메신저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된 것이다. 그는 “아무래도 온라인에서는 얼굴을 직접 보지 않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신현아씨는 “지방에서 자취를 하는 탓에 자칫 소원해질 수 있는 서울 친구들과 한결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온라인 매체 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온라인 매체의 활성화가 이른바 ‘온라인 전용 인간관계’와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견해도 있다. 서일대 김나은(일본어·1)씨에게는 온라인 상에서만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4∼5명 정도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간단한 인사 정도만 나누는 사이인데도, 온라인에서는 ‘1촌’을 맺고 서로의 홈페이지를 오가며 친한 사이로 지낸다. 그는 ‘온라인 전용 친구’가 여러 명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김나은씨는 “온라인에서의 관계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며 “미디어의 발달로 커뮤니케이션의 범위는 넓어졌을 지 모르지만 진정한 의미의 인간관계는 오히려 축소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기범·김미희·최상진씨는 ‘정서적 고독감과 인터넷 효능감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미치는 영향:남녀 대학생을 중심으로’논문에서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실제로 만나는 사람 수가 적으며, 휴대전화에 등록된 사람도 적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외대 김영찬 교수(언론정보학 전공)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옆에 있는 존재가 아닌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에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오히려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을 별개의 공간으로 보기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직접적인 관계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영찬 교수는 온·오프라인의 공간이 다른 이유를 ‘정체성 게임’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정체성 게임이란 사람들이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여러 종류의 정체성을 경험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현실에는 타인의 시선과 같은 엄격한 규칙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체성을 시도하는 것이 힘들다. 따라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온라인에서 기존과 다른 정체성을 나타내고, 이것이 온·오프라인 공간을 분리시킨다는 것이다.

한편 연세대 황성민 교수(심리학 전공)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한다. 온·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 모두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이뤄지는 대화라는 점에서 그 본질은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이 상대에게 얼마 만큼의 의미를 부여하느냐의 문제일 뿐, 그 공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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