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조모임 화법 점검

‘회의 진행법’·‘삼성처럼 회의하라’등 회의 관련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대화법.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접할 수 있는 회의인 팀프로젝트는 현재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우리 학교 학생들의 조모임 현장을 따라가 봤다.

첫 번째는 조별과제 준비를 위해 첫 만남을 가진 팀이다. 과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분석할 영화를 선정하는 단계였다. 기본적으로 수집된 자료가 전무한 상태에서 회의는 주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브레인 스토밍으로 진행됐다.

a: 뭐가 좋지? 뭐가 좋을까?
b: ‘시카고’를 다뤄보는 것은 어때요? 서로 속이는 사회 병폐가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은데…
c: 응응~ 언론조작, 여론몰이 이런 문제도 다뤄볼 수 있겠네~
a: 시카고에 사회의 부조리한 면이 잘 드러나 있는 건 맞는데, 한국 영화와 연결시키기엔 좀 힘들 것 같네요.

이 팀 구성원의 특징은 모든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긍정적 마인드의 대화법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상대의 발언에 관심을 보이는 태도로 아이디어를 이끌었다. 반론을 제시할 때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앞 사람의 의견을 긍정한 뒤 ‘그런데 이 부분은 문제가 있는것 같아요’라며 반대 입장을 제시해 예의 바른 태도를 취했다.

두 번째는 조 발표 전 마지막 준비 모임을 가진 팀이다. 이미 자료 분석을 끝내고 효과적인 발표를 위해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였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나왔던 내용을 총정리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등 마무리 작업이 진행됐다.

a:우선 사막이나 오아시스 등의 시어에 우리가 부여한 의미를 설명하고 사람들의 질문을 받는 순으로 정한거죠?
b: 아니, 나는 질문을 받기보다는 그 시어를 또 다르게 해석한 사람들의 의견을 받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

이들은 마지막 모임인 만큼 회의 중간에 토의 내용을 수시로 정리하는 모습이 특징적이었다. 이미 여러 번의 토의를 통해 개개인의 입장 정리도 뚜렷한 상태여서 “아니, 나는 이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처럼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고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방어형 커뮤니케이션의 경향도 보였다.

위의 두 조모임을 평가한 연세대 정보대학원 이정우 교수는 “Edward De Bono는 정보 수집 모드(하얀색)·긍정적 사고 모드(노란색)·창의적 생각 모드(초록색) 등 회의에서 나타나는 여러 대화 양상을 여섯 가지 색깔에 빗대 제시했다”고 설명하며 “실제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는 한 가지 대화 양상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긍정적 사고 모드·부정적 사고 모드·관리자 차원 모드 등을 적절히 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