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간, 정칟사회적 사안에서 복지에 초점 맞춘 정책으로

‘가로등 밝기 높여 밤에도 안전한 이화, 밝은 이화를 만든다’ 이는 35대 총학생회(총학), ‘Happy Virus’가 제시했던 공약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처럼 이화인이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공약이 등장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총학선거에 출마한 선본들과 그들이 주장한 주요 공약들은 정칟사회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과거 대부분의 학생회는 사회문제에 대한 참여를 강조하는 소위 운동권을 자처했기 때문에 정책 선정에 있어서도 대학 내부에 집중하기 보다는 외부에 초점을 맞춘 공약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33대 총학생회 선거에 입후보 했던 ‘해방이화 운명개척’은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하며 남북통일·국가보안법철폐·반미 등에 대한 공약을 내세웠다. 34대 총학생회 ‘PRAXIS’역시 청년실업운동·대선투쟁 등을 주장하며 “전학협과 사회당을 지지한다”고 밝혀 선본의 노선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출마 선본들은 굳이 그들의 성향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특정 노선을 지지한다는 입장 표명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또 35대 총학선거부터는 ‘Happy Virus’가 ‘이화인 100대 요구안’을 중점적 공약으로 선정하는 등 개인의 복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더해 36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는 이화인들로부터 정책제안을 받아 각 선본이 이를 수렴, 정책선정에 반영토록 했다. 과거 총학이 사회의 거대담론에 대한 학생들의 움직임을 강조했다면, 현 선본들은 Pass/Non pass 제·학점포기제 도입 등 세분화된 공약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생 복지 실현이 총학의 중요한 역할로 대두된 것이다.

선본들의 공약이 이렇게 변화된 데에는 기존 학생회 활동이 빠르게 변화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학생 복지 중심의 활동을 주장하고 나선 비운동권(비권) 학생회의 영향이 크다. 이 일환으로 2002년 운동권 학생회와 대비되는 ‘바로서기 전국비운동권 대학 연합’이 출범됐으며, 당시 고려대의 ‘고대사랑’, 성균관대의 ‘성대사랑’ 등의 비권 선본이 총학으로 당선됐다. 또 정책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긴 했지만, 서울대 선거에서는 학생들에게 쉬운 언어로 다가가려 했던 힙합 댄스 동아리 출신의 선본이 출마하기도 했다.

한편, 출마하는 선본 수를 비교해 볼 때 서울대가 2002학년도 총학선거에서 2개의 비권을 포함한 7개의 선본을 등록시킨 사례와는 대조적으로 이화의 총학선거에는 매년 2~3개의 선본만이 출마하고 있다. 이는 선본에 대한 이화인의 선택 폭을 축소시킬 뿐 아니라 선본 간 비판과 견제를 통한 양질의 선거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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