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똥침을 찔러야 할 때가 있다’. 이는 불합리한 세상에 대해 유쾌하지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의 기조다.

이런 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씨는 어깨 길이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툭툭 내뱉는 듯한 직설적인 말투로 비범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는 “재벌 총수를 야유하는 의미에서 부르기 시작한 명칭이 고유명사처럼 굳어져 진짜 ‘총수’가 됐다”며 자신의 특이한 직함을 소개했다.
김어준씨는 대학에 입학한 후 40여개국을 여행했다. 처음 10개국을 여행하는 동안은 각 나라들 간의 ‘다른 젼만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동전이 다르고, 버스 토큰이 다르고… 온통 다른 점만 찾던 그는 약 30번째 여행지에 이르면서부터 문화적 ‘공통젼을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바뀐 시각 덕분에 그는 ‘보편적 상식’이라는 새로운 잣대를 깨달았다.

이는 온라인 상에서 유머러스하면서도 뼈 있는 비판으로 유명한 ‘딴지일보’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는 “여행을 통해 배운 ‘상식과 본질의 통찰’이 딴지일보를 만드는 데 크게 작용했다”며, 이 사이트가 7년째 장수하며 유지돼 온 이유도 메세지가 ‘상식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대표적 인터넷 매체인 딴지일보는 날카로운 비판과 토론 문화가 정착하기까지 일조한 바가 크다. 이는 ‘한국식 전자행동주의’의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어준씨는 “이미 우리가 충분히 겪어 왔고, 현재 겪고 있는 것을 서양에서 ‘전자행동주의’라 명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과 지식인의 움직임으로 시대를 구분지을 만큼 거대한 정칟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낸 최초의 인터넷 대중이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대부분의 인터넷 관련 분야의 실험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전자행동주의가 외국에서는 활발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미흡하다는 비교는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20세기 자체를 외국에서 ‘수입’해 살다 보니 이런 의식이 굳어졌는데, 대중이든 지식인이든 우리나라만큼 적극적으로 ‘인터넷화’ 된 곳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토론문화가 종종 저급한 것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준이 결코 외국에 비해 뒤쳐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판에 너무 개인적인 감정이 실려있다’는 항간의 지적에 대해서는 “인신공격엔 관심 없다”며 딱 잘라 답했다. 그가 항상 옳아서가 아니라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이 세상사를 관장하는 자연 법칙이 온라인 상에서도 적용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메세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갗에 있었다. 세상의 부당한 것들에 대한 끊임없는 ‘이의 제기’. 이것이 대중들이 그의 ‘딴지걸기’에 열광하는 이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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