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C’·‘F’ 찍는 탈북 대학생

정남씨로부터 탈북 대학생들은 학점이 1.7만 넘으면 4년간 등록금을 면제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학점 1.7 정도야 누가 넘지 못할까’하는 생각에 정부의 혜택을 받는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정남씨는 “학점 1.7을 넘지 못해 등록금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한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그렇듯 탈북 대학생들도 1학년 1학기 때는 여기저기 놀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대학의 학사 일정이나 제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탈북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한다. 따라서 그들은 한국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며 대학 생활을 배워 나간다.

그러나 막상 학기 말에 성적표를 받은 탈북 대학생들은 당황한다. 함께 어울려 다니던 한국 학생들은 A나 B를 받는 반면 그들은 잘해야 C나 D, 심지어 F를 받는 일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정남씨는 “수능으로 기초가 다져진 한국 학생들은 대충 써도 B는 나오지만 기본기가 없는 우리는 C조차도 받기 힘는 것이 현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탈북 대학생과 한국 대학생의 차이는 영어에서도 나타난다. 북한에서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단어를 우리 말로 순화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가 일반화된 한국 사회에서 탈북 대학생들은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대부분의 탈북 대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학업에 매진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C나 D를 벗어나기란 힘들다. 이러한 현실에 좌절한 학생들이 휴학·자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자유와 행복을 찾아 떠나온 낯선 한국 땅. 그곳에서 많은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다니고 있는 탈북 대학생들. 그들은 오늘도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겹게 발버둥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 보다 몇 배나 더 노력해야 성과를 인정받는 그들에게 남한 사회는 아직도 차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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