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라오스식 중국어 공략법(2)

4. 1년 계획을 확실하게 세워라.

공부 계획을 세울 때는 확실한 목표 공부량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꼭 시간과 비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나 경험해 봤겠지만 종일토록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확실한 목표량을 세워두지 않으면 시간만 떼운 셈이기 쉽다. 즉 몇 시~몇 시 공부하겠다는 계획보다는, 몇 시~몇 시 교재 몇 쪽~몇 쪽을 공부하겠다는 계획이 더 효과적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막연하게 1년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결심이 책상 앞에 사람을 붙잡아 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공부의 효율은 높여주기는 힘들다. 따라서 몇 월~몇 월까지는 스스로가 어떤 단계에 도달하고 싶은지, 학교 수업 외 자습은 어떤 교재로 어떤 방식으로 할지, 학교 수업 준비(예복습)와 자습시간의 안배는 어떻게 할지 등등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 좋다.

그렇게 월 단위, 주 단위, 하루 단위의 계획을 세우면서 전체적인 틀과 구체적인 내용을 확실하게 잡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변경될 수도 있다. 사실 변경되는 계획들이 다반사다. 하지만 그 변경의 과정들은 시행착오고 그 시행착오를 수정하는 일 역시 계획을 세우는 목적 중 하나인 것이다.

하나의 예로 짱라오스가 제안하는 1년 계획표를 소개하자면 이런 식이다.

7월~8월              
 슈어하뉘를 외운다.
8월~9월 슈어하뉘에 나온 문장들을 다른 단어로 바꿔가면서 작문해보고, 또 부사와 연결사를 사용해 작문해본다. 그리고 나가서 써먹어 본다. 중국인들이 내 말을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알아들을 때까지 써먹어본다. 
9월~10월 학교 수업 시작. 반배치 고사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적합한 반을 찾아가 듣는다. 일단 초급반에서 발음 교정(뽀포모포부터)을 2주가량 받을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초급반에서 라오스의 말이 대충 다 들릴 즈음엔 상급반으로 옮긴다.
10월~12월
비교적 안정기다. 학교 수업은 복습은 하되, 예습은 필요 없는 정도의 수업이라면 적정하다. 대신 방과 후(내 경우 정오면 수업이 끝난다)에 하는 자습은 수업에서 사용하는 교재보다 한 단계 위의 교재를 선택한다. 가령, 초급4반인 나는 중급 1,2반 교재로 자습한다. 그리고 HSK중급 시험 준비를 병행한다.
12월~1월
HSK 시험과 기말고사가 있다. 시험을 치루면 대충 자신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내리게 된다.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 후엔 아무래도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될 것이다.
1월~3월 방학이다. 중요하다. 1년을 예정하고 온 학생들에게는 첫 번째 방학은 장기 여행 보다 공부에 더 매진하길 권한다. 매일 신문 사설을 하나씩 외우고, 감상문을 쓴다. 정말 자신의 감상을 쓰기 보다는 사설에서 사용한 단어, 문법, 표현 방법 등을 재사용해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그리고 학기 중에 하던 공부들은 계속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또 이쯤 부터는 중국인과의 대화가 어느 정도 수월해지므로 제대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중요하다. 단기여행은 괜찮지 않을까.
3월~6월 2학기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자신만의 공부법이 정립되는 시점이다. 기존의 생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나 HSK고급을 준비하므로 여전히 바쁘다. 고급 시험은 말하기 테스트가 있고 고문(古文)도 해석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중문과 졸업생이나 강사들로부터 푸다오(辅导=과외, 학습지도)를 받는 것을 권한다.
 6월~8월 장기 여행을 계획해도 좋다. 단, 여행하면서 나의 중국어가 중국 땅에서 얼마나 통하는지 시험해 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짱라오스가 두서없이, 볼 때마다 충고해준 내용들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본 것이다. 전공생이 아니고, 굳이 HSK 급수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엔 아무래도 좀 더 수월한 공부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5. 그 외의 충고들

모든 언어가 그렇겠지만, 일단 듣기가 먼저고 듣기가 수월해지면 그 다음은 말하기고 그 다음이 학문이다. 이 듣기->말하기->학문의 수순은 어느 외국어 학습이나 똑같은 것 같다. 이 중에서 듣기는 사실 중국 땅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2달이면 어느 정도 기본적인 말들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중국어에 귀를 노출시키는 빈도가 높으니까.

어려운건 말하기인 것 같다. 사실 학문은 아직 가보지 않은 정류장인지라 어떨지 잘 모르겠다. 짧은 생각으로는 학문 하나만 하는건 한국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국 정치, 문화, 경제, 혹은 문학, 문법 등은 한국에서도 지식을 축적하는게 가능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 지식을 뇌의 주름 하나 하나에 한국어로 기록하느냐, 중국어로 기록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볼 때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오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누가 모래도 ‘말하기’ 때문일 것이다.

짱라오스의 충고 중에도 말하기를 늘리기 위한 방법이 많다. 먼저 텔레비전을 매일 한 시간 이상 시청할 것을 권한다. 지루하더라도 오락프로 보다는 토론 프로처럼 개개인의 말투나 어법들이 살아 있는 프로그램으로. 처음엔 앞서 말한대로 ‘듣기’가 먼저다. 그 다음 어느 정도 입에서 옹알옹알 뭔가 씹히면 그 때부터 텔레비전 속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시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짜러푸' 같은 대형마트보다는 재래시장을 이용하라고 한다. 시장 사람들의 발음은 아무래도 방언이 섞여 있으므로 정석대로 보자면 팅리에 큰 도움은 안 되지만 말 한마디라도 더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니까. 어차피 1년간 생활하는 공간이므로 사투리를 알아듣는 것도 중요하므로 따지고 보면 팅리에 아주 도움이 안 된다고도 할 수 없다.

설혹 '짜러푸'를 가게 되더라도 가능하면 말 많은 손님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무슨 말 하는지 엿듣는 것도 짜투리 시간 공략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 모든 일상에서 계속 신경을 곤두 세워야 하는 부분이다. 아무리 자연스레 귀가 중국어에 노출돼 있어도 신경써서 들으면 그만큼 귀가 더 빨리 학습하는 셈이므로.

그 다음은 슈어하뉘 공부법에 대한 덧 설명이다. 사실 슈어하뉘는 개강 전 처음으로 갖는 자습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만큼 짱라오스가 잔소리를 많이 한 부분이기도 하다. 먼저 슈어하뉘는 앞서 말한 대로 초중급 수준의 교재이므로 이 교재 한 권을 암기하는 것만으로 단어량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다거나 유창한 회화가 가능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워밍업으로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일단 교재에 딸린 테이프를 듣는다. 생 초보자라면 처음엔 물론 못 알아듣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반복해서 듣다보면 분명 모르는 단어들 투성인데도 본문의 내용이 뭔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그리고 뜻은 몰라도 뭐라고 하는 소린지, 즉 발음은 들린다. 이쯤 되면 따라 읽어도 된다는 신호다. 따라 읽을 때는 큰 소리로, 최대한 똑같은 발음으로 읽는다. 성우가 감정을 싣는 대로 똑같이 연기하는 기분으로. 수십번 큰 소리로 따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입에 그 말이 붙는다. 그 때쯤이면 도저히 뜻을 추측하기 힘든 단어들만 사전을 찾아본다. 그 외에 대충 어떨 때 쓰는 단어인지 감이 오면 굳이 한국어로 해석하려 들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이 입에 붙었다면 그 다음은 교재에 나온 표현을 나가서 ‘내 말’로 만들어 써먹어야 하는 단계다. 가령 교재에 “你最理想的职业是什么?(너의 가장 이상적인 직업이 뭐야?)"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면 동사 하나, 명사 하나 바꿔보는거다. "你最理想的结婚生活是什?(너의 가장 이상적인 결혼 생활은 뭐야?)" 이런 식으로. 이게 한두달 사이에 완수해야 할 미션이다.

그리고 공부하면서 계속해야하는 작업은 부사와 연결사들을 정리하면서 작문을 해보는 것이다. 우리 말도 부사, 연결사 적절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잘하지 않는가. 마찬가지다. 부사와 연결사를 확실하게 알면 모르는 단어가 끼어들어도 내용을 추측하기 용이해지고, 내 생각을 말로 옮기는 것도 쉽다.(물론 나는 아직 안된다..;;;)

사실 짱라오스식 공부법은 다소 빡빡하다. 사견을 덧붙이자면 공부기간이 6개월이면 몰라도 1년이라면, 중국인 친구를 몇 명 제대로 사귀어 어울리면서 말을 늘려가다 HSK는 다음 학기에 열심히 준비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이미 6개월 이 학교에서 배운 연수생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 따르면 말은 확실히 빨리 는다고 하지만, 내가 시도해본 결과 이것도 쉽지만은 않다. 특히 나처럼 붙임성 없고 첫 만남에서는 말 한마디 잘 못하는 사람은 짱라오스식 공부법이 더 쉽다. 어쨌든 짱라오스도 하루에 적어도 한 시간은 중국인 붙잡고 얘기해야 말이 빨리 는다고 했다. 내가 제일 못 따르는 부분이다.

웬만한 내용은 다 소개한 것 같다. 혹시 읽어보고 별거 아니라고, 하려고 하면 못 할 것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는가. 나 역시 처음 짱라오스에게 이 공부법을 사사 받았을 때는 그러했음을 밝히는 바다. 그러나 나는 지금 저 공부법의 끝자락을 아슬아슬하게 붙들어매고 끌려가고 있는 상황임을 고백하면서,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합리화 하면서 글을 마쳐야겠다. 혹시 빼먹은 얘기나 중간 중간 공부법에 대해 나름의 주관이 서게 되면 앞으로의 글에서 덧붙이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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