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레슬러(Robert K. Ressler) 저 / 황정아·손명희 역, 바다출판사, 2004

올해의 가장 끔찍한 사건에는 틀림없이 유영철의 연쇄살인이 포함될 것이다. 유영철은 돈 많은 노인들을 살해하다가 왜 갑자기 전화방 여자들을 불러내 토막내고 유기했을까?

살인에는 우선 수사 결과로 발표되는 동기가 있다. 그러나 실은 범인의 의식적인 동기와 무의식적인 동기가 더 중요하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돈·원수 갚기 등의 살인동기 뒤에 증오심·죄책감에서 기인한 갈등처럼 무의식적 동기가 숨어있다는 주장이다. 어느 순간 무의식이 터져나와 살인을 하게 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긴장과 갈등이 풀어진다고도 한다. 뚜렷한 목적과 이득 없이 저지른 것처럼 보이는 살인에도 무의식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유영철 사건이 있은 직후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됐다. 저자 로버트 레슬러는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미연방수사국)에서 오랜기간 근무하며 교도소에 수감된 연쇄살인범들과 면담했다. 또한 그가 경험한 사건을 바탕으로 심리학을 공부하고, 정신과 의사들과 논의를 거치면서 연쇄살인범들의 사회적·심리적 특성을 파악, 그의 이론을 정립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이용해 새로운 살인사건에서 범인을 특별히 지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것이 범인을 체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를 프로파일링(profiling. 범인특성화 작업)이라고 한다.

이 일은 심리학·정신의학의 한 분야에 해당하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 결과의 작은 하나가 영화 ‘양들의 침묵’에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프로파일러(profiler, 심리분석관)가 직접 범인을 체포·수사하진 않는다.

 

◇ 더 읽어볼만한 책

「이브의 일곱 딸들」(브라이언 사이키스 저 / 전성수 옮김, 따님, 2002)
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인 이브는 정말 존재하는가? 모계로 유전하는 미토콘드리아 DNA로 즐기는 법의학·인류학·고고학의 성과.

「게놈」(매트 리들리 저 / 하영미·전성수·이동수 옮김, 김영사, 2001)
23쌍의 염색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과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유전공학 발전이 사회·도덕적 문제와 관계맺는 양식을 객관적으로 설명했다.

「자살이냐, 타살이냐」(노용면 저, 청년사, 1997)
재미 법의학자 노용면 박사가 겪은 사건들. 명쾌한 법의학적 수사와 해석을 경험할 수 있다.
서울대 이윤성 교수(법의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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