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질은 낮고 이용률만 높아

우리나라는 2003년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의 인터넷 강국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인터넷 관련 연구 또한 매우 활발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 연구는 고도로 발달된 인터넷 환경에 비해 양적 측면만을 다룬 것이 많다. 한국인터넷진흥원(NIDA) 정책연구팀 양효진 연구원은 “인프라의 수준·이용시간 등 양적 측면만의 연구에서 벗어나 인터넷 이용 목적·만족도 등 인터넷의 질적 측면에 대한 연구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IT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터넷의 질적 측면을 연구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5일(금) 오후1시∼6시 강남구 코스모아트홀에서 ‘2004 인터넷 현황 및 전망 심포지움’이 열렸다. 강원대 유승호 교수(영상문화학 전공)는 ‘한국인의 인터넷 문화’라는 주제로, 기존 인터넷 이용량 중심의 분석에 이용 서비스의 내용과 인터넷 이용효과·만족도 등 질적인 측면을 함께 적용한 인터넷 현황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주로 정보획득과 여가활동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며, ‘커뮤니티’활동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인터넷 안에서만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은 우리나라를 ‘이름뿐인’ 인터넷 강국에 머물게 한다. 건국대 권남훈 교수(경제학 전공)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활용은 커뮤니티 및 사회참여를 통한 영향력 행사보다 경제활동·모바일정보 등 개인적이고 유희를 위한 이용이 중심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스웨덴 등의 다른 인터넷 강국에서는 시민단체나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 활동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회참여가 단순한 관심의 차원을 넘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번 대선에서 반부시 운동에 앞장섰던 온라인 시민운동단체인 ‘무브온(MoveON.org)’· 대학생들의 정치압력단체 ‘캠퍼스 그린보트(www.grrn.org)’ 등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들의 관심이 편향적이어서 정작 인터넷 공간에서 주권을 행사하거나 기술을 선도하는 데 별다른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대조된다.

정보통신부 박태완 사무관은 “기술적이고 외적인 측면에서 인터넷 강국으로 자리잡은 만큼 내적으로도 충실해져 그 지위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보통신부는 IT 839 전략(8대 서비스 도입·3대 인프라·9대 신성장 동력)을 세워 인터넷 상에서 한국의 지위를 돈독히 하려 한다”고 밝혔다. 즉 우리나라가 진정한 인터넷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측면의 발전과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사회참여가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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