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혈액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혈액형 신드롬까지 형성하고 있다.‘B형 남자’를 주제로 한 가요와 영화가 등장하는가 하면, 한 드라마는 네 명의 주인공에게 각기 다른 혈액형을 부여하고 그 혈액형에 따라 성격을 암시하도록 했다. 얼마 전에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B형 혈액형을 가진 남성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실제 B형 남자들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혈액형에 따라 성격을 진단하거나 이상형을 정하는 것은 100%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미디어다음’ 기사에서 문화비평가 김헌식씨는 과학자의 논리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먼저 혈액형 유전 인자와 성격 유전 인자 사이의 상호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혈액 유전자 자체는 성격 형성과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혈액형 별로 염기서열이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은 가능성이 낮을 뿐더러, 단순히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눌 수 없다고 한다. 이 밖에도 동양의학에서는 체질에 따라 사람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신 분석의들은 후천적인 성격 형성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통계를 바탕으로 한 근거조차도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범위를 좁혀 결과를 얻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믿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짓는 것일까? 한 심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믿음에는 상대를 특정 기준에 맞춰 판단하게 만드는 ‘암시’와 사람들이 은연 중에 자신의 혈액형에 맞춰 행동하게 되는 또 다른 ‘암시’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상생활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TV 프로그램에서는 혈액형 점에 대한 실험을 통해 혈액형과 성격은 아무 관련이 없음을 밝혀냈다. 이 실험에서 피실험자는 혈액형 점과 상관없는 내용에 동의해 혈액형에 대한 신뢰는 일종의 ‘바넘 효과’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넘 효과’는 서커스쇼에서 사람의 성격이나 특징 등을 맞추는 일을 하던 ‘바넘’이란 사람에 의해 유래된 것으로, 일종의 심리적 착각 현상이다. 이는 사이비 점쟁이들이나 가짜 심리검사게임 등에서 흔히 발생하며,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공유되는 특징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예언이나 독심술을 사용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한편, 혈액형과 사랑을 유기적으로 보는 견해에 대해 추지원(인문·1)씨는 “남자를 보기 전에 혈액형을 따져 보진 않지만 혈액형이 어느 정도 남녀 사이 관계를 표현해주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김빛나(불문·2)씨 역시 “대체로 혈액형 별 사랑유형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대 김주원(인문·1)씨는 “여자친구를 사귀기 전에 혈액형을 고려하지 않을 뿐더러 관심 가진 적도 없다”고 말해 상반되는 견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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