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가 된 후 5번의 신문 제작을 마쳤다. 겨우 5번 제작하는 동안 내 생활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지 스스로 놀라고 있다.

그동안 나의 나쁜 습관 중 하나가 한 번 쓴 글은 절대 다시 보지 않는 것이었다. 그 글이 서술형 시험의 답안이든, 논술 시험이든, 레포트든 한 번 쓰면 그대로 끝이었다. 그러나 기사를 쓴다는 것은 이와 차원이 달랐다. 초고를 쓰면 그것이 그대로 기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십번을 반복해 읽으며 조사나 어미 하나라도 독자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고쳐 써야 한다. 이런 과정을 5번 반복하니 나도 모르게 자꾸 글을 곱씹어 보는 버릇이 생겼다.

레포트를 쓰면서도 이리저리 고쳐 써 보고 교재에서 주술 호응이 안맞는 문장을 발견하면 ‘이건 잘못된 문장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충동을 마구 느낀다. 며칠 전엔 친구와 엠에센(MSN)을 하면서 ‘앗! 조사가 어색하잖아!’ 라고 외치며 문장을 다듬는 나를 발견하고 어쩌다 이리 됐나 싶어 흠짓 놀랐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발표 수업을 위해 팀원들과 의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좋은 ‘꺼리’ 있나 생각해보자”
“…으응?”
“여기 이 부분은 이 내용과 저 내용을 ‘녹이는게’낫지 않을까?”
“…뭔말이여 ?”

학보사에서 쓰는 용어에는 ‘꺼리’(내용, 주제 등) ·‘녹여’(섞여서) 등이 있다.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 어리둥절 했지만 나도 모르게 이 단어들을 자연스레 사용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치면 좋으련만 레포트와 기사쓰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일도 생겼다. 그 날 우리가 발표할 주제는 호주제의 장단점이었다.
“너희는 찬성쪽 입장이니깐 이 시민단체에 연락해서 인터뷰 해보고…”
인터뷰라니, 이건 내가 생각해도 ‘오바’였다. 보통 발표라면 양 측의 찬반 논리에 대해서만 해도 충분할텐데 어째서인지 내 맘 속에는 당연히 인터뷰도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게 바로 직업병인가 ㅠ_ㅠ

‘일주일에 한 번 기사 쓰는 일이 대수겠어?’라는 생각으로 학보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덧 학보사는 내 일상에 성큼성큼 다가와 턱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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