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쓰는 편지] 과학과 여성
[연구실에서 쓰는 편지] 과학과 여성
  • 김지은 기자
  • 승인 200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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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렬 교수(심리학 전공)

어느 정도까지 신빙성 있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한 일간 신문을 보니 2003년 자연과학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피인용 횟수(글이나 논문에서 참조, 인용된 횟수)가 5000번 이상인 물리학자는190명인데 그 중 4.7%가 노벨상을 받았고, 화학분야의 170명 중 8.8%가 노벨상을 받았다지.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한사람도 없다고 해. 그나마 1000을 넘는 과학자가 38명인데 그 중 서울대가 16명, 포항공대가 13명, 과학기술원이 9명이야.

그런가하면 연세대 김용학 교수(사회학 전공)가 2000년 연합년감을 분석했더니 우리나라 유명인사 가운데 서울대 졸업생이 37.1%, 고려대 졸업생이 8.3%, 연세대 졸업생이 6.8%, 성균관대 졸업생이 3.5%, 한양대 졸업생이 2.4%인 것으로 밝혀졌지.

과학 분야에서 피인용횟수가 1000을 넘는 과학자 38명과 국내 유명인사 대열에 오른 사람 가운데 남여비율에 대한 정보는 없었어. 하지만 자연과학분야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물론, 유명인사 대열에 오른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어. 학업성취나 능력면에서 남녀간에 눈에 띄는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수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분야로 전공을 택하는 여성이 비교적 드문 것은 물론 설사 그 분야로 전공을 택한다 해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장애물이 너무 많아.

전국 1900여개 고등학교에서는 이때쯤이면 해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내가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을 하지. 자연과학분야로 전공을 택했다면 자기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만족할 학생이 자연과학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를 택해 고생하는 것은 그 자신에게 하나의 비극일 것이야. 소련을 위시한 공산권 여러 나라에서 여성 엔지니어의 비율이 한국보다 5-6배가 높은 것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져.

금년에는 여성들의 의정진출도 눈에 띄게 활발해졌지. 앞으로 여성과학자의 장래도 지금보다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못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과학자가 될 여성을 과학분야로 안내하는 것은 유치원부터 시작해야 해. 그때까지는 별 말이 없다가 대학갈 때가 되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미는 격으로 “참, 요새는 여자도 과학분야에 많이 간다더라. 너도 그쪽으로 한 번...” 하는 식의 권유는 현명한 처사가 아니야. 초등학교 이전부터 여성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없애고, 능력면에서 성별차이가 없다는 사회적 계몽의식을 나란히 할 때 여성들을 위한 과학분야의 문이 활짝 열릴거야.

남녀능력이 같다고 하는데 과학 분야가 남성만의 독무대가 된다면 인간 능력의 절반만이 과학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는 말도 되는 거지. 아, 이 얼마나 큰 인간 능력의 낭비야? 능력을 최대한으로 계발하는 길이야 말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 자신에게 행복한 삶을 가져다주는 길, 남녀평등을 이룩하는 길, 나라가 부강해지고 잘사는 길에 기여하는 거야.

 

필자 인터뷰

평소 수필을 즐겨쓰는 이동렬 교수는 「향기가 들리는 마을」(선우미디어, 2000)을 비롯, 여러 수필집을 출간한 바 있다. 그는 “귀로 들어 배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독서 이상의 것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가곡을 부를 줄 알고, 몇 편의 시를 외울 수 있는 등 문학적 소양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담심리학을 연구 중이며 미국 상담심리학 학회지·임상심리학 학회지 등에 5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