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화로 학회의 옛 의미와 기능 상실… 현재 학내에는 하나의 단대 교양학회만 남아

단대별 전공학회의 활동이 꾸준히 이어져온 데 반해 교양학회는 기반 자체가 흔들린지 오래다. 교양학회란 학생이 주체가 돼 주로 사회과학분야에 대해 세미나·토론을 진행하며 지적 성장을 이뤄가는 모임이다.

현재는 학내 학회를 총괄할 수 있는 총학생회의 학술국·단대의 학회연합회 등이 없어 전체 학회 수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비공식적인 집계 결과 교내의 단대 교양학회는 인문대의 ‘실바람’이 유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년전인 1999년 3월29일자 본지 기사에 따르면 그 당시 이미 교양학회가 인문대 교양학회 ‘노나매기’와 사회대 철학학회 ‘돌깨기’ 둘에 불과했다고 한다.

실바람은 정치경제학·철학·현대사·여성학 등의 사회과학 주제에 대한 세미나를 매주 연다. 이를 통해 현실과 맞닿아있는 시사 문제에 대한 관점을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학회원들은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파악한 뒤, 이들을 돕기로 마음먹고 지난 대동제 때 연대기금을 마련하고자 이주노동자들의 고국 음식을 파는 장터를 열었다. 실바람은 그 수입을 명동성당에서 농성 중인 이주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는 상아탑 안에만 갇혀 있기 쉬운 학회 활동을 사회 영역으로 넓힌 경우다.

교양학회 붕괴의 시작은 90년대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져 소위 거대담론이라 불리던 사회과학이론들이 그 필요성을 상실하면서부터다. 게다가 학부제 실시 이후 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소속감과 관심이 약해진 것도 학회 활동 위기를 부추겼다. 개인 경쟁 체제로 학생들이 취업 준비에 내몰려 심리적 여유를 잃게 되면서 학회 활동은 이전보다 더욱 위축됐다.

이를 두고 최성만 교수(독어독문학 전공)는 “경쟁으로 치닫는 사회 분위기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물론 학생과 학회가 서로 동떨어지게 된 이유 중에는 독해에 익숙치 않은 학생들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이를 대학 내부의 문제로만 지적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바람의 김예진(철학·2)씨는 “진보담론의 생산지였던 대학이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공간으로 변해 학생들의 공동체 문화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최성만 교수는 “학회가 틀에 박힌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시의성에 맞게 다양한 테마를 잡아 활동한다면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혼자서는 읽지 않는 필수교양도서를 학회라는 집단의 강제성 속에서 읽어나가며 개인의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다”며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물리학과 학술부 지도를 맡고 있는 한승우 교수(물리학 전공)도 “요즘 학생들은 취미 위주 동아리에만 관심을 갖는다”며 “학회가 학술과 사교의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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